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을 조명하는 국제학술세미나가 잇따라 열린다.
중앙대 한류문화아카데미는 22일 오후 1시반 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에서 ‘한류의 세계화와 토착화’를 주제로 한중일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에서는 세계문화의 변방에 위치해 있던 한국의 대중문화가 서구문화를 모방, 답습하는 수준을 넘어 동양적 문화대안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검토한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개막 연설문에서 “21세기 소프트파워의 열쇠가 될 한류를 진정한 한국문화 발전과 세계화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이를 교육·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총장은 또 한류문화아카데미를 통해 한류를 한국의 전통문화에 접목시켜 심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개설되는 한류문화아카데미는 1년6개월의 석사과정, 6개월의 한류 전문가과정, 그리고 1주일의 국제단기 한류체험과정을 운영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기조 강연문에서 “한류 열풍이라는 말 자체에 흐를 류(流)자와 불(熱)과 바람(風)이 들어 있는 것은 흘러가고 불어가 버리면 그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며 “한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한류라는 말이 해체되고, 정상적인 ‘한국문화’란 단어가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문화의 자연발생적 정체성을 찾아내 이를 한류와 연결시키고, 문화적 요소와 산업·무역 등 다른 분야와의 네트워크을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문화정책 등 제도적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문화기획자인 기타모토 마사타게(北本正孟·71) 씨는 “지속적인 품질보증과 차별화, 다른 문화 분야로의 확장 등을 통해 한류의 국가브랜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한류를 통한 한국의 국가이미지로 ‘쿨 코리아(Cool Korea)’를 제안한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소장 백원담)도 22, 23일 이틀간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아시아 대중문화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류를 비롯한 아시아 대중문화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글로벌 모더니티와 아시아 대중문화의 형성: 미국화인가, 혼종화인가’를 주제로 한 이 세미나에서는 특히 대중문화의 미국화에 맞설 독자적 아시아 대중문화의 통로로서 한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발제를 맡은 신현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 음악산업에 의해 생산되고 일본과 동아시아에서 소비되는 대중음악과 그 관련 현상을 뜻하는 ‘K-Pop’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서구의 팝문화를 규제한 한국정부의 검열 속에서 흡수, 협상, 저항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생존한 한국가요의 경쟁력이 1990년대 아시아 팝시장의 부각과 맞물려 K-Pop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K-Pop은 공식적 금지 속에도 일본의 문화생산물을 지속적으로 ‘참고’해 왔고, ‘가요사랑, 나라사랑’이라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내면화한 측면도 있다고 비판한다.
요시미 순야(吉見俊哉) 일본 도쿄(東京)대 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대중문화가 미국의 대중문화라는 우월한 거울 앞에서 종속적 거울이 되는 방향으로 정체성을 재구성했다는 논문을 발표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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