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에서의 면은 선이 부드럽게 처리되어 황토지대에 지어진 동굴집의 입구를 그렸다. 하지만 금문은 지금처럼 담을 쌓고 그 위로 지붕을 걸쳐 처마를 남긴 구조가 보편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家(집 가)는 반 지하에는 돼지 등 가축이, 위층에는 사람이 사는 특이한 구조를, 宮(집 궁)은 집에 창문이 아래위로 난 높은 지상 가옥을 그렸다.
집은 무엇보다 자신을 지켜주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安(편안할 안)은 여성(女·여)이 집에 있을 때 ‘안전함’을 그렸다. 寧(편안할 녕)은 원래 집안에 그릇(皿·명)이 놓인 모습으로부터 ‘먹을 것이 있음’을 그렸는데, 이후 금문에서 心(마음 심)이 더해져 심리적 ‘편안함’을 강조했고, 이후 소리부인 丁(넷째 천간 정)이 다시 더해졌다. 또 재(災·재앙 재)는 이러한 안식처가 불에 타버리는 것이 ‘재앙’임을 그렸다.
또 면은 ‘종묘’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宋(송나라 송)은 나무(木·목) 위패가 모셔진 종묘를, 宗(마루 종)은 제단(示·시)이 설치된 종묘를, 完(완전할 완)은 성장을 차린 사람(元·원)이 종묘 앞에 선 모습을, 寇(도둑 구)는 적을 종묘로 끌고 와 매로 다스리는(복·복) 모습을, 寬(너그러울 관)은 화장한 제사장((현,한)·완)이 종묘에서 천천히 춤추는 모습을 그린 글자다.
그런가 하면 면은 공간의 상징이기도 하다. 容(얼굴 용)은 집(면)과 계곡(谷·곡)이 모든 것을 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받아들임’을 그렸다. 또 宇(집 우)는 ‘처마’를, 宙(집 주)는 ‘대들보’를 뜻하였는데, 고대 중국인들은 대들보와 처마 사이의 빈 곳으로써 확장 가능한 공간을, 철학자들은 더 나아가 宇를 무한히 늘어나는 공간으로, 宙를 극한을 향해 끝없이 뻗어가는 시간으로 인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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