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진
강남 뒷골목
리어카 노인에게서 삼천원짜리 가요 테이프를 샀다
시물한 곡이 들어 있는 '장터 경음악2' 표지엔 엘비스 프레슬리를 닮은 가수의 그림이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정지되어 있다
그래도 노인은 정품 테이프만 판다며 깎을 마음이 없는 내게 깎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울고 넘는 박달재'
'울긴 왜 울어'
'홍도야 울지 마라'
'목포의 눈물'
'백마야 울지 마라'
'나그네 설움'
'불효자는 웁니다'
'눈물 젖은 두만강'
한 곡에 백사십이원짜리 눈물을 정품으로 흘리며
리어카는 노인을 데리고 술집 붐비는 곳으로 간다
나이 든 취객들을 울리러 간다.
- 시집 '나는 궁금하다'(문학동네)중에서》
팔도 울음이 총 출동하였구나. 한 번 바꿔 볼까나. ‘웃고 넘는 박달재’ ‘웃긴 왜 웃어’ ‘홍도야 웃지 마라’ ‘목포의 웃음’ ‘백마야 웃지 마라’ ‘나그네 웃음’ ‘불효자는 웃습니다’ ‘웃음보 터지는 두만강’…… 에누리 떼고 한 곡에 백사십 원짜리 웃음을 정품으로 작사 작곡해도 리어카는 굴러갈까? 한 입으로 울다가도 웃고, 곡하던 입으로 떡 떼어 넣는 게 인생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웃음’ 장사가 어림없어 뵈는 건 왜일까? 웃음은 휘발되고 슬픔은 남아 우리를 적신다. 우리는 우리를 적신 힘으로 다시 웃을 수 있으니, 오늘은 음치인 나도 저 눈물 한 곡조 구성지게 뽑아 볼까나.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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