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단편적이고 감정적인 역사 인식은 독도 문제 해결에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일본을 바라보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눈이 필요하지요.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 군국주의자들과 전쟁의 총책임자였던 일왕에 대한 처벌과 정당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일 양국이 지금까지도 여러 문제들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종전 후 60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은 패망한 일본제국이라는 밑그림 위에 덧칠한 그림에 불과해요. 따라서 패전 전의 일본을 잘 모르고서는 일본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교수가 본 일본의 흥망이란, 러일전쟁 승리 이후 국가를 장악한 군부가 무모한 전쟁을 벌였고, 일왕은 항복의 시기를 차일피일 미룬 끝에 원자폭탄 피폭의 처참한 종말을 맞은 것이다. 그 시대는 군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관료를 무시하는 ‘광기의 시대’였다. 그 광기는 미군의 인육을 먹게 하고, 패전이 확연히 보임에도 가미카제를 날려 보냈으며, 부대원들에게 ‘천황만세, 황국만세’를 외치며 옥쇄를 감행하게 했다.
이 교수는 1989년 히로히토 일왕 사후 조금씩 개방된 관련 자료들을 모아 ‘반(半) 꼭두각시’처럼 보였지만 분명 전쟁을 추인했던 일왕의 침략전쟁 책임을 추적했다.
태평양전쟁의 주요 국면인 진주만 기습, 미드웨이 해전, 오키나와 전투, 그리고 가미카제에 대해서도 상세히 고찰했다. 암호해독과 심리전, 그리고 영어와 일본어 번역을 둘러싼 오해와 마찰 등 흥미로운 부분도 소개했다.
“군부지도자와 일부 재벌, 그리고 이권을 챙기던 몇몇 부류를 뺀 나머지 일본 국민은 군부와 일왕에 기만과 착취를 당했고 결국은 희생됐습니다. 조선인들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이 교수는 “현재 ‘전쟁 거부’와 ‘군대 보유 금지’를 선언한 일본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은 시간문제”라며 “일본의 오늘과 내일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35년 피지배의 치욕과 문화적 우월감이 묘하게 복합된 우리의 ‘색안경’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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