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하루 한 알.’ 영양제를 챙기는 것은 사려 깊은 주부의 덕목처럼 여겨져 왔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을 읽은 뒤에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영양제는 무익할 뿐 아니라 때로 ‘유해’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충격이 적은 주제부터 접근해볼까.
영양 과잉상태에 처해 있는 현대 산업국가 국민에게 비타민 결핍이란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의 예외가 있다면 인스턴트식품에 탐닉해 있는 사람들이다. 비타민은 조리 과정에서 파괴되기 쉽다. 영양 균형의 배려가 없이 대량 생산되는 음식을, 그것도 같은 종류에만 계속 탐닉하는 사람이라면 비타민 결핍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섭취하는 비타민 제제 성분의 대부분은 인체에 의해 ‘과잉 성분’으로 판정돼 체외로 배출된다.
그래도 영양제를 복용하면 최소한 언젠가 닥칠지도 모를 영양소 결핍에 대해 ‘예방 효과’는 가져다주지 않을까. 저자는 이마저도 ‘득보다 해가 많다’고 말한다.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의 종류와 양은 인체 자신만이 판별할 수 있으며, 그 능력은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섭취할 때 생긴다.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식물에만 1만여 가지가 존재하며, 이들은 단독으로 섭취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 섭취된다. 다른 영양소들과는 별개로 ‘정제된’ 비타민을, 인체는 대부분 이물질로 판단해 배출해버린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허비하기도 한다.
병에 걸린 환자가 회복기에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은 어떨까. 저자는 많은 경우에 비타민 복용이 치료에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비타민 C는 부상당한 근육의 회복을 지연시킨다. 아스피린과 비타민 C를 함께 복용하면 귀울림과 어지러움 등이 생겨날 위험이 있다. 복합비타민은 감기 예방접종 효과도 약화시킨다.
더 충격적인 것은, 때로 비타민 자체가 ‘독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핀란드에서 석면공과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고단위의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를 투여하자 폐렴 발생률이 급증했다. 피리독신(비타민 B6)을 과다 투여하면 밤중에 자신의 다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감각신경병증’에 걸릴 수 있다. 비타민 D를 과다 투여한 결과 동맥경화가 일어난 사례도 자주 보고된다.
저자의 결론은 간명하다.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를 사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라”는 것이다. ‘자연의 식품에서 섭취한 영양소를 대체할 수 있는 약은 없다’는 이 책의 결론에서 우리 선조들이 말한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지혜가 읽힌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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