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보름달의 전설’…보름달 뜨는 날 무슨 일이…

  • 입력 2005년 2월 25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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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의 전설/미하엘 엔데 글·비네테 슈푀더 그림·김경연 옮김/48쪽·보림·1만2000원(고교생)

그림이 많은 책을 그림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아주 멋진 그림책이다. 마치 꿈속에서 보는 것 같은 초현실적인 그림들로 가득하니까.

그러나 그림책을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결코 그림책이 아니다. 저자의 대표작인 ‘모모’처럼, 이 책 역시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시대적 배경은 몇 백 년 전, 사람들이 천사와 악마가 존재한다고 믿던 때. 주인공은 은자(隱者)와 도둑, 두 사람. 둘 다 극단적 인물이다. 평생 진리만 추구하며 살았던 은자가 성스러운 세계를 대표한다면, 살인 강간 강탈 등 온갖 나쁜 짓을 하며 살아온 도둑은 혼돈과 방탕 그 자체다.

은자.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가 망해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자 그는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배반당한다. 이후 ‘지상의 모든 것은 허울뿐이며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믿게 된 은자는 학문에만 몰두하지만, 책 속의 진리마저도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숲 속으로 들어간 은자는 하루 종일 명상하며 경건하게 살아간다.

도둑. 사랑하는 여인을 욕보인 남자를 살해한 뒤 세상을 떠돌며 살게 된 남자.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도적 떼에 들어가 교회를 털고, 수녀를 욕보이고, 신을 모독하며 방탕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도적 두목과의 싸움 끝에 사회로부터도, 도적 떼로부터도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숲 속으로 들어간다.

상처 입은 사람은 상처를 입은 사람을 알아보기 때문일까? 세상으로부터 배반당한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이끌려 스승과 제자가 된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스승은 조금씩 변하고 아들처럼 여겨 온 도둑에게 은자는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성스러운 것은 성스러운 자에게만 보인다”라는 말과 함께. 마침내 보름달이 뜨던 어느 날, 도둑은 은자의 말을 어기고 몰래 찾아가는데….

은자는 진리를 굳게 믿다가 오히려 더 큰 진실을 깨닫지 못하지만, 도둑은 학식은 없지만 스승을 위하는 마음으로 단순하게 진실을 간파해 낸다. 평생 진리를 추구해 온 은자가 아닌, ‘성스럽지 않은 자’가 ‘성스러운 진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과연 진정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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