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진창수]韓日과거사 풀 ‘미래재단’ 만들자

  • 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06분


올해 3·1절 대통령 기념사가 주목 받으리라는 점은 예상된 일이었다. 올해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았지만 아직까지도 과거사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고, 또 일본 시마네 현 의회의 ‘독도의 날’ 제정 조례 제출에 이어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발언도 있어 3·1절에 즈음하여 정부의 방향 제시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이 점에서 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든 과거사 문제에 대한 확고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3·1절 기념사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한일 과거사 문제는 한일 양국이 함께 해결하여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배상 문제와 함께 한국 정부의 책임도 거론하였다. 즉 한국이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대해 비난과 요구만 했던 과거와는 달리 한국 정부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한일 양국의 노력을 강조하였다.

또한 과거사 문제가 한일 양국의 감정적인 차원보다는 인류 보편의 윤리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국민도 과거사 문제를 역지사지하여 생각해야 하며 일본의 지성인들이 과거사 문제를 앞장서 해결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청구권 문제 외에 아직까지 묻혀 있는 진실을 밝혀내고 유해를 봉환하는 일 등을 언급함으로써 향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서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일본의 ‘배상’에 대한 발언이었다. 노 대통령은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의 책임도 언급하였지만,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배상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앞으로 한일관계는 또다시 과거사 문제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한일공동선언 이후 일본은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한국은 일본에 대해 과거사 문제의 해결이 ‘한일 간의 미래를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인식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 즉 한일 양국이 협력적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는 일본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만약 일본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소극적이라면 한국이 적극적으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점차적으로 일본이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 정부는 독일 정부가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었던 것처럼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미래재단’을 창설해 봄직하다. 미래재단은 일제강점하의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과 위령사업을 기본 사업으로 하면서 아시아의 미래 프로젝트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재단에 일본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일본 국민이 동참하도록 한다면 과거사 문제 해결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점차 참여 범위를 중국에까지 확대할 수 있다면 일본 제국주의로 인한 과거사 문제는 진정한 해결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미래지향적인 국제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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