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황호택]性차별과 차이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35분


로런스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남녀의 차이에 관해 몇 마디 했다가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다. 최고 연구기관의 수학 과학 분야에 여성이 적은 것은 성차별보다는 개인의 선호와 타고난 성차(性差) 때문일지 모른다는 요지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지적으로 열등하거나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서머스 총장은 “과학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면 연구에 헌신해야 하는데 여성, 특히 가정을 가진 여성은 그러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전체 문맥으로 보면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가사 및 육아부담이 여성의 과학 분야 진출을 어렵게 한다는 뜻이었다. 여성 차별은 절대로 안 되지만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자폐 장애와 혈우병은 남성에게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의 언어적 기능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우월하다. 국제회의에서 여러 나라 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통역은 대개 여성이다.

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여성이거나 젊다는 이유로, 또는 이상한 판결을 몇 번 했다고 대법관으로 선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 대법관을 이상한 판결을 한 판사와 동렬에 놓고 비교한 것은 여성이 예비판사의 절반이나 되는 시대에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한국 사법 60년사에서 여성 대법관이 나온 것은 김영란 대법관이 처음이다. 천 회장은 오히려 여성 대법관의 수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발언했어야 옳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정기총회에서는 여성 변호사들에게 똑같이 넥타이를 선물했다가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여성 변호사들도 천 회장의 ‘여성이라는 이유로’의 발언에는 침묵을 지켰다.

강우석 감독은 필자와 인터뷰하면서 “남자 배우는 자원이 풍부해 골라 쓸 수 있는데 여배우는 기근이 심해 울며 겨자 먹기로 신인을 써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하기 위해 배우를 하는 것이냐. 여자 배우들에게 공인의식 직업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불평했다. 이 얘기를 SK텔레콤 윤송이 박사에게 들려줬더니 강 감독과는 다르게 해석했다. “남자는 배우생활을 하면서도 아내의 내조를 받을 수 있죠. 여자 배우에게는 출산 육아의 부담과 시가(媤家)의 압력이 존재합니다. 연기생활을 계속하기에는 남자 배우보다 여건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을 부러워하는 젊은 남성도 있지만 여성은 병역의무를 수행할 남성을 출산해서 키운다. 병역의무보다는 출산과 육아의무가 훨씬 더 고되고 사회 활동의 장애로 작용한다.

SK㈜는 올해 신입사원을 104명 뽑았는데 약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성 27명이 합격했다. 1996년 입사한 이 회사 P 과장은 “입사 동기 185명 가운데 여성은 연구직 2명뿐이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들 여성 사원이 회사의 중견이 될 무렵에는 여성 임원의 비율을 20∼30%로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여권(女權)의 놀라운 약진이다. 그러나 결혼한 뒤 아이를 낳고 양육과 가사의 부담을 견디며 경쟁이 치열한 민간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여성이 얼마나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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