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파리의 노트르담 1, 2’…그들의 삶과 만난다

  • 입력 2005년 3월 4일 16시 38분


우리에게 ‘노트르담의 꼽추’로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파리’는 사실 꼽추 이야기가 아니라 ‘노트르담’ 성당 이야기다. 이 작품에는 찬란한 고딕건축에 이상과 꿈을 실현하려 했던 중세인들의 생활과 생각이 배어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우리에게 ‘노트르담의 꼽추’로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파리’는 사실 꼽추 이야기가 아니라 ‘노트르담’ 성당 이야기다. 이 작품에는 찬란한 고딕건축에 이상과 꿈을 실현하려 했던 중세인들의 생활과 생각이 배어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파리의 노트르담 1, 2/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1권 440쪽, 2권 512쪽·각각 9000원·민음사

과거 ‘노트르담의 꼽추’로 잘 알려진 이 소설은 사실, 꼽추의 이야기가 아니라 ‘노트르담’의 이야기다. 노트르담은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레미제라블’과 함께 프랑스 대문호 위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에는 15세기 파리의 상황과 사람들이 꼼꼼하게 복원되어 있다.

이 작품이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복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시대나 공간을 뛰어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세시대란, 파리의 노트르담이 보여주듯 고딕예술이라는 찬란한 건축물의 시대다. 중세인들은 고딕건축 속에 이상과 꿈을 표현하려 애썼다.

소설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괴기스러운 조각물들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대조시키면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동시에 어둡고 음울한 성당이라는 건축물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끌고 간다.

소설에는 또 15세기 파리 서민들의 생활상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전반부 광인절(狂人節) 축제라든가, 거지 소굴을 묘사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파리 서민들의 모습은 천하면서도 솔직하고 해학적이다. 마땅한 여흥거리가 없던 중세인들은 귀족들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광장에서 채찍질 당하는 죄수를 구경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았다.

위고는 왕권(王權)보다 강했던 신권(神權)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을 무력으로 습격하고 무너뜨리는 거지들의 모습을 통해 귀족과 천민이 다르지 않다는 혁신적 평등사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창적이었다.

1831년 발표 이래 수많은 언어들로 번역되고 70번 이상 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따지고 보면 밋밋하다.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어느 집시 여인(에스메랄다)이 잘생긴 대장(페뷔스)을 사랑하고, 그녀 자신은 음울한 신부(프롤로)와 성당 종지기 꼽추(카지모도)로부터 사랑받는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위고는 이분법적 선악구도에서 벗어나 성속(聖俗), 선악(善惡)이 혼재된 인간 본성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신부 프롤로는 종교적 신념에 충실한 성직자이면서도 끊임없이 육(肉)의 유혹에 시달리는 속된 인간이며, 꼽추 카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역시 이중적 캐릭터다.

카지모도는 한 여자에겐 지극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선인이지만, 인간 일반에 대해서는 더없는 심술과 분노를 가진 악인이다. 에스메랄다 역시 잘생긴 페뷔스를 ‘백마 탄 기사’로 생각해 첫눈에 사랑하지만, ‘난봉꾼’이란 정체를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여자다. 그리하여 끝내 추한 외모 때문에 카지모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한 여자다.

마침 국내에서 정통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절찬리에 공연되고 있는 시점에 완역본이 나왔다. 원로 불문학자 정기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다른 판본들에서는 누락되었던 15세기 풍광에 대한 자세하고 면밀한 묘사를 모두 되살리고,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

▽사족=작품의 원제목은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파리의 노트르담’이다. ‘노틀담’이라고 했던 번역은 발음도 틀린 적절하지 않은 번역이었다. 노트르담은 영어로 ‘Our Lady’, 즉 ‘우리의 부인’이란 뜻이다. 이 책은 노트르담을 ‘Notre-Dame’이라는 대문자로 쓰고 있는데, 가톨릭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따라서 ‘Notre-Dame de Paris’는 ‘파리의 성모’라는 뜻으로 바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정식 명칭은 ‘카테드랄 노트르담 드 파리(Cath´edrale Notre-Dame de Paris)’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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