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는 자체 성공에 그치지 않고 뮤지컬 바람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올해 뮤지컬 30여 편이 무대에 오르고 시장 규모도 1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뮤지컬이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땀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특히 ‘명성황후’의 제작자 겸 연출자인 윤호진 씨의 뚝심이 큰 몫을 했다. 윤 씨는 창작 뮤지컬 불모상태였던 1991년부터 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명성황후’를 무대에 올렸다. 그는 초연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작품 내용을 바꿨다.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한국적 정서를 스펙터클하게 표현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예로부터 가무(歌舞)를 즐겼던 우리 민족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과 궁합이 잘 맞는다. 이런 장점을 살려 뮤지컬을 창작한다면 드라마와 가요에서 시작된 ‘한류(韓流)’ 바람을 뮤지컬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창작 뮤지컬보다는 ‘노트르담 드 파리’ ‘오페라의 유령’ 같은 외국 유명 작품을 저작권료를 주고 들여오는 공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창작 노력 없이 외국 뮤지컬 베끼기에 안주하면 언제 관객의 외면을 당할지 모른다. 지난 10여 년간 인기를 끌었던 악극이 올해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창작 뮤지컬로 국내 관객을 잡고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외국인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개발해야 한다. 대형 뮤지컬 제작에 수십억 원이 드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한 최고경영자(CEO)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뮤지컬화를 제안했다. 서양에서는 신데렐라형 사랑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자가 남자를 성공시키는 역(逆)신데렐라 얘기인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를 서양 사람들도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얘기다.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이미 주연급 배우들은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할 정도로 배우난이 심각하다. 또 작곡이나 무대미술 의상 안무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좋은 뮤지컬을 만들 수 없다.
뮤지컬을 장기 공연할 수 있는 전용극장도 마련해야 한다. 전용극장 문제는 공연계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정부의 지원이나 대기업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관객들이 할 일도 있다. 뮤지컬 코리아 열기를 이어 가는 것은 결국 관객의 몫이다. 이번 주말에는 화려한 음악과 역동적인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을 보고 삶의 활력을 되찾으면 어떨까.
김차수 문화부 차장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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