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협회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2003년도 중앙일보의 발행부수를 208만 4782부로, 유료부수를 156만 7939부로 인증했다.
그러나 2002년도 인증을 받았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번 부수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두 신문사는 중앙일보가 ABC협회에 보고한 발행 및 유료 부수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자료의 재제출을 협회에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참했다. ABC협회는 발행사의 보고서를 토대로 공사(公査)를 진행한다.
두 신문사가 지적한 문제점은 중앙일보가 불과 한 달 사이에 유료부수가 10만9823부가 늘어났다고 보고한 것. 중앙일보는 2003년 9월 유료부수를 171만 9109부로 보고했다가 10월엔 무려 10만9823부가 뛴 182만8932부로 보고했다.
동아와 조선일보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유료부수가 2003년 1월 177만부에서 9월까지 6만여 부가 계속 감소되는 추세를 보였는데 한 달 만에 갑자기 10만 9000여 부가 급증한 것은 신문판매 현실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가 보고한 가판 부수도 신문판매업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동아와 조선일보의 2003년 가판 유료 부수는 발송부수의 50% 선인 데 비해 중앙일보는 84.3%라고 보고한 것이다. 서울의 한 가판신문 배급업자는 “중앙일보가 2001년 저녁 가판을 폐지한 뒤 이 일대에서 가판(아침)이 20∼30부밖에 안 팔린다”며 “중앙일보만 가판 유료 부수가 80%가 넘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아 조선일보는 “중앙일보가 신빙성 있는 자료를 다시 제출하면 함께 공사를 받겠다”고 했으나 협회는 중앙일보 보고를 그대로 인정하고 실사를 진행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인증 전 실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한 협회의 규정을 어기고 대외자료에 ‘국내 유일의 ABC인증 신문’이라고 홍보했다가 시정 요구를 받기도 했다.
ABC협회는 48개 일간지 등 181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발행부수 공사기구. 그러나 이번처럼 신문판매 현실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보고서를 인정해주면서 스스로 공신력을 실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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