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멘터리는 MBC가 북한의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에 의뢰해 촬영했다. 북한 촬영팀은 2003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30분짜리 테이프 150개를 찍었으며 MBC는 이를 60분짜리로 압축해 방영한다. 북한 촬영팀을 이끈 김명광 연출자는 ‘클락새(크낙새)’ ‘우리나라 국제 보호새’ ‘동물의 번식’ 등 30년간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공훈 예술가. 1년여에 걸쳐 개마고원의 계절 변화를 촬영한 것은 북한에서도 처음이다.
압록강 부전령 낭림산 줄기로 둘러싸인 개마고원은 평균 높이 1340m, 넓이는 1만4300km²로 여의도의 1700배에 해당한다. 100만 년 전 화산폭발로 형성된 개마고원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이 많아 야생동물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표범을 비롯해 불곰 늑대 여우 스라소니 등 남한에선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맹수류를 접할 수 있다. 장난치는 불곰, 낮에 활동하는 스라소니, 꿩의 알을 훔쳐 먹는 여우 등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또 세계적 희귀종으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만 서식하는 ‘우는 토끼’의 신기한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
동물뿐만 아니라 원시림의 풍부한 식물 생태도 담았다. 수령 2000년이 넘고 밑둥 둘레 가 16.2m인 ‘금야은행나무’(북한 천연기념물 271호)와 1000년이 넘는 주목 군락도 볼 수 있다. 또 계속 이어진 돌무더기 밑으로 물이 흐르는 ‘돌강’의 이색적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최삼규 PD는 “북한에서 보내온 테이프를 보고 한반도에 아직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며 “개마고원은 한국 자연 생태계의 보고(寶庫)”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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