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펑펑 내리던 9일 아침 일찍 김 씨는 고속철도를 타고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에 도착했다. 할머니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마침 진료 차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있던 김 씨의 어머니 임향연(78) 씨와 딸 손희경(32) 씨, 손자 오승언(6) 군도 시내에 나왔다. DIY 덕분에 4대가 서울에서 다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펠트 장난감 제작업체 올리졸리(feltworld.co.kr·032-321-6250) 박연아 대표는 김 씨에게 펠트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오각공을 추천했다.
:준비할 재료:
가로, 세로 각각 12cm인 12가지 색상의 펠트, 지름 13cm의 스펀지 공, 방울 1개, 글루건, 공예 가위.
○ 부드러운 펠트 장난감
펠트는 부드러운 촉감 때문에 아이들 정서와 감각 발달에 좋다. 딸랑이, 모빌, 주사위, 손가락 인형, 글자 놀이판 등 다양한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서울 동대문 방산시장 또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한 마에 3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배울 수 있다.
오각공을 만드는 방법은 한 변이 5cm인 정오각형 펠트 12개를 버튼홀 스티치로 바느질해 서로 맞붙여 스펀지 공에 씌우면 된다. 정오각형 모양은 펠트에 도안을 대고 그려 재단한다. 도안은 펠트 장난감 제작 인터넷 사이트나 서적을 이용할 수 있다.
김 씨는 자녀들을 모두 분가시켰지만 가까운 거리에 함께 산다. 수시로 손자, 손녀들을 만나 사랑을 듬뿍 쏟아주는 것이 김 씨의 가장 큰 낙이다. 이번에도 아이들에게 추억에 남을 만한 선물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독자 DIY 코너에 서둘러 신청했다.
○ 사랑이 담긴 손바느질
12가지 색상의 펠트에 오각형 도안을 대고 색상별로 한 장씩 모두 12장을 그려 오려냈다면, 그중 6장을 각 변끼리 맞대어 반구 모양이 되도록 배열한다.
중앙의 오각형 다섯 변에 나머지 오각형을 하나씩 대어 각 변을 모두 버튼홀 스티치로 이으면 반구가 완성된다.
버튼홀 스티치는 올이 풀리지 않는 펠트의 테두리 작업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바느질법. 바늘로 땀을 뜬 뒤 바늘을 땀 사이 실 위로 꺼내 빼면 자연스럽게 막음새가 생긴다.
김 씨는 “어휴, 난 도무지 손재주가 없어”하면서 딸 손 씨를 부른다. “얘, 네가 바느질은 잘 하잖아. 이리 와서 같이 하자.”
딸의 바느질 속도가 조금 빠른 것 같기는 하지만,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는 모습은 김 씨가 훨씬 진지하다.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 탓에 노곤했던 승언이는 외증조할머니 임 씨의 품 안에서 잠이 든다.
같은 방법으로 반구를 하나 더 만든 뒤 반구 2개를 버튼홀 스티치로 연결해 공 형태를 만든다. 이때 스펀지 공을 넣을 정도의 공간은 남겨 두고 바느질한다.
○ 오각공의 마무리 장식
공예 가위로 스펀지 공에 칼집을 넣어 달걀 크기 정도의 스펀지를 안쪽에서 떼어내고 그 공간에 작은 방울을 넣어 주면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놀 때 짤랑짤랑 방울 소리가 난다.
버튼홀 스티치로 연결한 펠트 공 형태 안에 스펀지 공을 넣은 뒤 바깥쪽에서 버튼홀 스티치로 마무리 한다.
남은 자투리 펠트로는 숫자 모양을 만들어 오려내 오각형 각 면에 글루건으로 붙여 주면 공놀이를 하면서 숫자놀이도 할 수 있다. 글루건은 예열을 10분 정도 충분히 해 바른 다음 재빨리 접착시켜야 떨어지지 않는다.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이라는 승언이는 외할머니가 공을 만드는 내내 쑥스러워하더니 오각공이 완성되자 신나는 표정으로 ‘사(4)’, ‘구(9)’ 등을 외쳤다. 장난감 공을 만든 외할머니, 외증조할머니, 어머니의 표정에는 흐뭇한 행복감이 넘쳐 났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다음 번 ‘독자 DIY’의 소재는 홈 인테리어 패브릭입니다. 쿠션커버나 러너 등을 만들어 보고 싶은 분은
위크엔드(weekend@donga.com)로 참가를 원하는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넌 나의 큰 기쁨이란다▼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이 사랑하는 우리 손자 승언이에게
마냥 밝게 커 주는 우리 승언이에게 외할머니가 정성이 가득한 장난감을 선물할게.
외할머니가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만든 장난감 공이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하구나.
외할머니는 금방 보고 돌아서면 또 보고 싶은 우리 승언이를 떠올리면 늘 미소가 떠오른단다.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따라주고 반겨주며 환하게 웃어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네.
태어난 지 8개월 된 승언이 여동생 승지도 외할머니에게는 큰 기쁨이란다. 승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세상 시름이 절로 사라지는 것 같아. 승지도 알록달록한 손가락 인형을 갖고 놀면서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