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마음 밭에 사랑을 심자

  • 입력 2005년 3월 11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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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 산에 다녀왔습니다. 솔향기 솔솔 나는 산은 언제나 평온하고 아득해 참 좋습니다. 포근한 어머니 가슴 같은 전남 순천 조계산 자락 불일암 뜰은 향기로운 매화향과 대나무 잎에 부서지는 햇살까지 봄이 오는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은사이신 법정 스님을 모시고 한 철 어떻게 정진했는지 점검 받았습니다. 출가 수행자는 더불어 살면서도 철저하게 홀로 가야 합니다. 홀로 가는 길에는 나침반 같은 스승이 항상 지켜주심에 당당하게 출가 장부의 기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열반경은 ‘수행자는 절대 고독의 한가운데에 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독할수록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것은 자신에게 모든 관심을 쏟음을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듯이 내 마음도 날마다 깨끗하게 씻고 살펴야 합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집을 나설 때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옷매무새를 살피면서 자신의 외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정작 마음에 대해선 소홀합니다.

모든 일은 한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생각이 하루하루를 만들어 갑니다. 생각하는 대로 내 모습이 만들어집니다. 지금의 내 모습은 그간의 내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순간순간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나를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내일 다른 위치에 있고자 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생각은 자기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입니다. 자기 안에 숨겨진 내면의 얼굴입니다.

마음 밭에 사랑을 심어야 합니다. 그것이 자라나서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줍니다. 마음 밭에 잡초가 자란다면 그 사람은 불행합니다. 잡초란 탐심(貪心·욕심), 진심(嗔心·화냄), 치심(癡心·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마음에서 뽑아버리지 않으면 평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진실한 사랑의 실체는 믿음입니다. 모든 관계에서 믿음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이 없는 종교는 알맹이 없는 신앙이요 형식에 불과합니다.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마음가짐이 없으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참된 사랑입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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