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노하우]새 아파트 빌트인 가전제품

  • 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13분


지난해 가을 서울 강동구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부 황모(52) 씨. 11월 말 아파트 경비원이 방문해 전기요금을 확인하라고 말했다.

황 씨가 받아든 전 달 전기요금은 약 18만 원. 아무리 새 아파트 42평형이라해도 전에 살던 34평형 아파트의 전기요금이 7만 원 내외였던 것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황 씨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주 후 처음 부과되는 관리비에서 각 가구의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자 입주민의 항의를 우려해 미리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전기요금을 따로 고지한 것이다. 이웃에는 전기요금만 20만 원이 넘는 집도 수두룩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는 황 씨. 하지만 따져 보니 그럴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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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인 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 주방용TV, 그것뿐인가요? 여기 저기 예쁜 조명도 다 전기를 먹고사는 걸요.”

사실 요즘 새 아파트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주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된 2000년 이후 분양된 새 아파트들은 공원 같은 외관에다 해가 잘 드는 방향으로 방 두 개와 거실을 배치하는 널찍한 3베이(bay) 구조가 일반적이고 대리석 현관 장식, 화려한 거실, 빌트인 주방제품 등 주부들의 쾌적함을 극대화하는 첨단시설이 즐비하다.

하지만 급증하는 전기요금은 새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에게 새로운 고민. 아울러 빌트인 제품들이 예상 외로 쓸모가 적거나 기존 가전제품과 겹쳐 집안의 짐이 되기도 한다.

지난가을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부 장모(42) 씨는 기존 김치냉장고에 빌트인 김치냉장고까지 김치냉장고가 2개다. 장 씨는 김장김치를 저장하느라 2대를 다 사용했으나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2대를 계속 사용할지 고민이다.

주부 강모(36·서울 강동구 길동) 씨의 경우 빌트인 반찬냉장고를 아예 끄고 산다. 반찬냉장고에 일반냉장고까지 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

주부 손모(43·서울 강남구 도곡동) 씨는 처음에는 빌트인 정수기를 사용하다 요즘은 물을 사먹는다. 손 씨는 “정수기 필터 교체비용이 만만치 않고 제품 자체도 미덥지 않기 때문”이란다.

뜻하지 않은 일도 있다. 방마다 벽체에 공기흡입구가 설치된 중앙집진식 청소기가 있는 새 아파트에 사는 주부 서모(32·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결혼예물 귀걸이가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 벽 속에 박혀 버리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보통 청소기라면 물건이 빨려 들어가도 청소기 안에서 찾을 수 있지만 중앙집진식 청소기는 찾기가 어렵다.

새 아파트의 넘치는 편리함 속의 ‘2%’ 부족함은 그동안 건설회사가 일률적으로 빌트인 품목을 정해 주요 소비자인 주부에게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건설교통부가 주택분양 관련규정을 개정해 소비자가 원할 경우에만 빌트인제품의 옵션계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플러스옵션제가 시행되고 있다. 옵션제품의 경우 처음부터 배치돼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 선택해 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최병선 사무차장은 “일단 설치되면 불편하거나 필요 없어도 바꾸거나 버리기가 어려우므로 처음 아파트 분양 계약 시 잘 선택해야 한다”며 “사용 경험담을 참고하고, 모델하우스를 볼 때는 입주 시 다른 회사제품으로 바뀌는 일이 없도록 확인하고 기록해 두는 꼼꼼함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빌트인 주방가전 좋은 점 나쁜 점
옵션이래서 플러스이래서 마이너스
중앙집진식 청소기따로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좋아요한 번 흡입되면 찾을 수 없죠
김치냉장고김치만 넣나요, 어디전기 소모도 생각해 봐야죠
식기세척기(10인용)설거지로부터 해방∼10인용은 좀 크더라고요
주방용 액정TV주방일 하면서 심심치 않죠거의 안봐요
정수기물 끓이지 않아서 편리해요정수기 물을 믿을 수 없어요
절수 풋 밸브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죠전기료 만만치 않죠
홈오토메이션전화 가스점검 방범 기능까지의외로 고장이 잦죠
음식물쓰레기 건조기음식물쓰레기 냄새 걱정 없죠전기료가 무척 많이 나오죠
도마 살균기늘 꺼림칙했는데…식기세척기에 넣어도 되는데…

박경아 사외기자·주부

◇ 동아일보는 ‘사외(社外)기자’ 제도를 운영합니다. 사외기자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독자 가운데 선정되며, 동아일보 기자와 함께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하며 직접 기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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