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오페라의 유령’ 주연 배우들 팬미팅 현장

  • 입력 2005년 3월 15일 18시 29분


공연이 없는 월요일인 14일 오후 8시. 그러나 여느 때와 달리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안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마치 비밀 결사의 징표인 양 ‘검은색 리본으로 묶은 붉은 장미’를 든 관객이 하나둘씩 소극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유소극장의 바닥까지 꽉 채운 200여 명의 관객은 피아노 한 대가 놓인 텅 빈 무대를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팬텀(유령)’의 출현을….

○팬텀, 한국의 ‘홀릭’을 사로잡다

왼쪽부터 ‘팬텀’역의 브래드 리틀, ‘크리스틴’ 역의 아나 마리아,‘ 라울’ 역의 제로드 칼랜드.

이날 자유소극장에서는 오로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팬만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6월 10일부터 3개월 동안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장기 내한공연을 펼치는 ‘오페라의 유령’ 주역 배우 3인이 사전 ‘팬 미팅’ 행사를 가진 것. ‘오페라의 유령’ 조기 예매 관객들과 인터넷 팬 카페 ‘팬필(Phan-phile)’ 회원들이 추첨을 통해 무료로 초청됐다.

마침내 ‘팬텀’ 브래드 리틀이 등장했다.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던 그는 노래 실력과 준수한 외모, 연기력 등 3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을 듣는 정상급 배우.

그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를 부르기 시작한 순간, 관객의 손이 일제히 올라가면서 수십 개의 디카, 폰카 ‘화면’이 객석에 떴다.

국내 뮤지컬 팬은 대부분 20대 여성이지만 이날 객석에는 중장년층 부부도 눈에 띄었다.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브라보’ 하는 환호성과 휘파람이 터져 나왔다. 팬텀이 또렷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자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오미숙(41·주부) 씨는 “팬텀의 노래를 눈앞에서 생생히 들을 수 있어 너무 좋고 기뻤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 강국이 만들어 낸 새로운 팬 문화

한 남성 관객이 팬텀 역의 리틀에게 “얼굴이 굉장히 잘 생겼는데 공연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속상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팬텀이 “They pay me a lot of money(대신 돈을 많이 받는다)”며 익살스럽게 답하자 폭소가 터졌다.

오붓한 소극장 분위기 덕분에 배우들과 객석은 허물없이 하나가 됐다. 흉측한 얼굴 때문에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팬텀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리틀은 난독증 때문에 ‘왕따’를 당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1시간 20분여의 행사가 끝나갈 무렵, 팬클럽 회원 중 ‘마니아’ 수준을 넘어 열성 팬을 지칭하는 ‘홀릭(중독자)’ 등급 회원 3명이 무대에 나와 배우들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이어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 한 가운데로 가서 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행사를 기획한 설도윤(설앤컴퍼니 대표) 프로듀서는 “이번은 장기 내한 공연인 만큼 마니아층의 초반 반응이 중요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배우들과 함께 내한한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 ‘RUC’의 팀 맥팔레인 대표는 “누리꾼(네티즌) 팬클럽을 초청해 팬들과 배우가 만나는 이런 자리는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에서만 가능한 독특한(Unique) 행사”라며 “누리꾼들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02-501-7888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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