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위그 인 더 박스(Wig in the Box·상자 속 가발)’의 1절을 마친 조승우(25)는 간주가 흐르는 동안 관객을 향해 애교 섞인 불만을 툭 던졌다. 그리고는…. 1m 높이의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풀쩍 뛰어내리더니 두 팔을 치켜세우고 몸을 회전하며 격렬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꺄악∼”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200여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그리고 야릇한 장탄식이 공연장을 메웠다.
14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클럽 롤링 홀에서 열린 뮤지컬 ‘헤드윅’(제작 제미로) 제작발표회. 주연 헤드윅으로 공동 캐스팅된 조승우 송용진 김다현 오만석이 주요 삽입곡들을 한 곡 씩 부른 뒤, 헤드윅의 배우자인 이츠학 역의 백민정 이영미까지 가세해 여섯 명의 배우가 ‘앵그리 인치’를 열창함으로써 40분간의 쇼케이스가 끝났다. 검은색 슈트에 흰 와이셔츠, 검정 타이를 단정하게 맨 조승우는 쇼케이스 뒤 진행된 기자회견 내내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로 꼬고 앉아, 미소를 머금은 채 관객을 직시하는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함께 캐스팅된 송용진 김다현 오만석에 대한 은근한 기선제압으로도 보였다.
○“욕먹었지만 좋은 공연으로 백배 갚을게요”
“대본을 펼치기도 전에 제가 나오는 공연이 전회 매진 됐다는 말을 듣고 ‘잘못했다가는 큰일 나겠구나’하는 생각에 부담스러웠어요. 인터넷을 보니 ‘조드윅이 괜히 끼어가지고…’ 하는 비난도 있더라고요. 욕먹은 것을 (좋은 공연으로) 백배 갚아드리겠습니다.”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 남성의 성기가 1인치(2.5cm)정도 남은 성전환자(트랜스젠더) 헤드윅이 록밴드 ‘앵그리 인치’와 함께 벌이는 록 공연 위주의 뮤지컬. 주인공 헤드윅이 100분 공연 동안 11곡의 노래를 부르는 모노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에 체력과 연기력, 가창력이 모두 필요하다. 조승우로서는 물 만난 고기가 된 셈이다.
“헤드윅은 억척스럽고 강인하다가 갑자기 연약해지기도 합니다. 인물 안에 희로애락의 감정이 분명하고 풍부하게 담겨 있어요. 그 감정들을 찾아가는 고된 과정이 저를 (헤드윅 역에 도전하도록) 발동시킨 것 같습니다.”
○“내게 감동과 자극을 준 작품을 선택할 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이중성을 지닌 인간, 영화 ‘말아톤’의 자폐청년에 이어 트랜스젠더 ‘헤드윅’. 배역 선택에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승우는 “순간순간 내게 감동과 자극을 준 작품을 선택할 뿐”이라며 “관객들이 자기 삶을 비춰볼 수 있는 헤드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헤드윅’은 4월12일부터 6월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공연된다. 첫 한달은 조승우와 오만석의 더블 캐스팅, 이후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의 트리플 캐스팅으로 진행된다. 이미 매진된 조승우 공연 티켓은 현재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8만원(2장)짜리가 35만원을 호가한다. 1588-7890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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