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와, 용사마다”…‘외출’현장서 日 여성팬들 환호

  • 입력 2005년 3월 1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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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시 죽서루에서 진행된 영화 ‘외출’ 촬영 현장의 주인공 배용준과 손예진. 평소 카메라 플래시에 익숙한 두 사람도 35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자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기도 했다. 삼척=신원건  기자
강원 삼척시 죽서루에서 진행된 영화 ‘외출’ 촬영 현장의 주인공 배용준과 손예진. 평소 카메라 플래시에 익숙한 두 사람도 35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자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기도 했다. 삼척=신원건 기자
“미타, 미타(봤어, 봤어).”

17일 오후 2시 반 강원 삼척시 죽서루 앞 광장에 배용준이 탄 검은색 레인지로버 SUV가 미끄러지듯 들어오자 오전 9시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본인 여성 팬들과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검은색 스웨터에 가죽 잠바, 청바지를 입은 배용준이 차에서 내리자 팬들은 탄성을 지르며 연방 사진을 찍어댔다. 배용준이 죽서루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시마네(島根) 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 제정 강행으로 한일 양국 관계가 극도로 경색됐음에도 일본발 ‘용사마’ 열풍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외출’의 촬영현장이 취재진에 처음으로 공개된 이날 일본에서만 요미우리신문, NHK, 후지TV, TBS, 니혼TV 등 47개 매체 9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와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30대부터 60대 할머니까지 일본인 여성 팬 100여 명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타게 ‘용사마’ 얼굴 보기만을 기다렸다. 이들은 서로에게 “용사마를 몇 번 봤느냐”고 묻기도 했다.

일본인 팬들은 기자가 독도 문제에 관해 묻자 “잘 모르겠다”고 말을 삼가면서도 배용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숨기지 않았다.

딸과 함께 촬영현장을 보러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왔다는 오호리 오기에(69·여) 씨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독도 문제는 양국이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용사마가 없었다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 ‘외출’의 촬영이 삼척에서 시작된 이래 이 도시에 하루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하던 일본인 관광객이 하루 평균 100여 명으로 폭증해 시내 유일의 관광호텔인 팰리스호텔은 105개 객실이 연일 다 차는 호황을 누렸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삼척의료원, 소망약국, 카페 ‘자전거도둑’ 등은 벌써부터 용사마 팬들의 순례지가 됐다.

촬영이 끝난 오후 6시 반 삼척시 경하동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배용준은 분홍색 셔츠와 흰색 바지로 갈아입은 화사한 차림이었다. ‘외출’의 배급사인 쇼이스트 측은 독도 문제를 의식한 듯 “영화 외적인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미리 못 박았지만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배용준이 나섰다.

그는 한류스타로서 독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관심을 갖고 걱정하고 있지만 지금은 영화 ‘외출’의 배우로서 있는 자리라 대답하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배용준은 “한 장면을 20번씩 찍는 허진호 감독님 덕분에 한 달 만에 4kg이나 빠졌다”며 “데뷔 10년째이지만 이제 배우를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내가 옆자리에 다른 남자를 태우고 있었던 것으로 아내의 외도를 알아버린 인수(배용준)가 그 남자의 아내(손예진)와 힘겹지만 아름다운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의 영화 ‘외출’은 9월 한국은 물론 일본 홍콩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10개국 동시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에 있다.

이날 촬영현장과 기자간담회장에는 국내 취재진 200여 명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미국 홍콩 대만 등 6개국 66개 매체 136명의 취재진이 몰려 일본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번진 ‘용사마’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일본에서는 16일에만 10여개 매체 30여 명의 취재진이 막바지 취재 신청을 했다.

삼척=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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