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扇(부채 선)은 깃털(羽·우)로 여닫이문(戶)처럼 만든 ‘부채’를 말하며, 啓(열 계)는 원래 손(又·우)으로 문(戶)을 열어젖히는 모습에서 ‘열다’의 뜻을 그렸다.
또 扁은 문(戶) 위에 거는 가로로 된 글(冊·책), 즉 扁額(편액)을 말했는데, 이후 편액처럼 가로로 길고 납작한 것을 뜻하게 되었다. 扁으로 구성된 다른 글자들 중 編(엮을 편)은 납작한 조각에 쓴 글(扁)을 실((멱,사)·멱)로 ‘엮는’ 것을, 篇(책 편)은 납작한 대 조각(竹·죽)에 쓴 글을 묶어 만든 ‘책’을 말한다.
또 偏(치우칠 편)은 내걸린 편액(扁)처럼 ‘두드러진’ 사람(人·인)을 말하는데, 이는 개성이 뚜렷하거나 일반적 표준과 차이를 보이는 존재를 ‘치우친 인간’으로 보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고대 중국의 가치관을 보여 준다. 그런가 하면 遍은 사거리(척·척)에 내걸린 글(扁)을 말했는데, 이후 척이 같은 뜻의 착(쉬엄쉬엄 갈 착)으로 변하고 의미도 ‘두루 퍼지다’, ‘보편’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사거리에 내걸린 글이 온 사방으로 퍼져 나가 일반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한편, 房(방 방)은 곁(方·방)에 위치한 방(戶)을 말하는데, 종묘의 문이나 큰 대문은 門을 쓰고 곁으로 배치된 방들은 戶를 사용했다는 ‘주례’의 말은 이를 두고 한 것이다. 그래서 房은 집의 중앙에 놓인 正室(정실) 곁으로 배치된 側室(측실)을 말하며, 이후 이처럼 격자형으로 분할된 ‘방’을 뜻하게 되었다. 또 所(바 소)는 고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도구의 하나인 도끼(斤·근)가 놓인 그 방(戶)이 바로 사람이 ‘거처하는 곳’ 즉 處所(처소)라는 의미를 그려 내었으며, 이후 ‘…하는 곳(것, 사람, 바)’을 뜻하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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