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인 전북 임실의 덕치초등학교 교사로 35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57·사진) 씨. 시인의 첫마디는 시골의 봄소식이었다. 전교생이 32명인 덕치초교. 그는 올해도 2학년을 맡았는데 학생은 전부 4명이라고 한다.
김 씨가 2002년 봄 아들 민세(19) 씨를 대안학교인 전남 담양의 한빛고에 보낸 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들에게 지난 3년 동안 보낸 편지 50통을 모아 ‘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마음산책)이라는 책으로 묶어 냈다.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김 씨는 “오직 공부뿐인 이 답답한 세상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마음먹고 민세를 한빛고에 보냈다”고 했다. 아들에 대한 그의 바람은 ‘큰 산 같은 사람, 세상을 가슴에 다 안는 사람이 되어라’(2002년 5월 20일)는 내용의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 뜻대로만 자라주지 않았다. 아버지의 잔소리도 많이 늘었다.
‘잔소리를 안하면 어쩐지 걸쩍지근하고, 잔소리를 하고 나면 또 괜히 그런 소리를 했구나 하고 후회한다’(2003년 6월 23일), ‘네 머리 색깔이 또 변했더구나. 솔직한 심정으로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2003년 7월 2일).
평생 고향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그는 “민세가 자연, 특히 나무나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민세 씨는 연극을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요리사가 되겠다고 했다. 김 씨는 “많이 망설였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에서도 ‘네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 했다고 생각하니 참 속상하고 야속한 마음이 생기는구나’(2003년 10월 6일)하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현재 민세 씨는 요리사가 되겠다는 계획 아래 미국에서 어학 연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지금도 아들의 결정에 대해선 미련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민세가 폭넓은 경험을 한 뒤 제 길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들의 답장은 학교 생활을 전한 한 통뿐이었다. 김 씨는 “아버지에게 편지하는 게 쑥스러웠던 모양”이라며 “답장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일기를 꼭 쓸 것”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5월쯤 틈틈이 써온 동시들을 모아 시집으로 엮어내는 한편 소(牛) 이야기를 묶은 어린이 책도 펴낼 계획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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