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허은미 옮김/26쪽·8500원·웅진주니어(3∼6세)
영국의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엄마들에게 사랑받는 스타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대표작 ‘고릴라’와 ‘동물원’을 비롯해 그의 작품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국내에 소개돼 왔다.
이번에 동시에 출간된 브라운의 그림책 ‘특별한 손님’과 ‘우리 엄마’는 그가 즐겨 다뤄 온 주제(가족)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림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특별한 손님’이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주의적 상상으로 가득한 그의 기존 그림 세계에 가까운 데 비해 최근작인 ‘우리 엄마’는 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워진 작품을 보여 준다. 화려한 꽃무늬와 파스텔 색감의 그림은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특별한 손님’은 이혼한 아빠와 단둘이 사는 케이티의 집에 아빠의 새 여자친구인 메리 아줌마와 그의 아들 션이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아빠와 케이티만의 평온한 일상은 메리 아줌마와 션 때문에 뒤죽박죽이 된다. 아빠가 잘 삶아주던 달걀 대신 가장자리가 탄 달걀 프라이가 식탁에 올라오고, 수요일에 먹던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메리 아줌마는 월요일에 만든다. 게다가 장난꾸러기 션은 집안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너무 즐거워하는 아빠가 ‘더 이상 예전의 아빠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결국 케이티는 아빠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다음 날 메리 아줌마와 션은 짐을 싸서 나간다. 하지만 케이티는 자신의 마음속에 어느새 새로운 ‘가족’이 자리 잡았음을 깨닫고 마음을 열게 된다.
가족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 낯선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심경의 변화가 담담하게 묘사됐다.
‘우리 엄마’는 어린이 팬 못지않게 엄마 팬이 많은 브라운이 이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바치는 연가(戀歌) 같은 그림책이다.
이 책은 아이의 눈에 비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담았다. 아이에게 엄마는 ‘굉장한 요리사’요, ‘놀라운 재주꾼’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정말 멋진 여자’다. 또 무엇이든 자라게 할 수 있는 ‘마법의 정원사’이자 내가 슬플 때면 나를 기쁘게 해주는 ‘착한 요정’이다.
이렇게 멋진 우리 엄마는 아름다운 무용가가 되거나 신나는 우주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을 거다. 또는 화려한 영화배우나 큰 회사의 사장님이 되었을 수도…. 하지만 이 모든 멋진 일 대신 ‘우리 엄마가 되었죠’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 엄마가 있을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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