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어디로 가는가…서울大 사회과학대 학술대회

“현재 우리 사회는 정부 등이 제 기능을 잃고 있어 곳곳에서 분열의 골이 깊어 가고 있다. 또 공동체의 유대를 다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상호 신뢰도 사라져가고 있어 국민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표류하고 있다.”

조순(趙淳·전 경제부총리) 서울대 명예교수는 18일 서울대 사회과학대가 설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한국 사회의 과제와 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한국사회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의 축사에 이어 김상균(金尙均·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회로 이혜훈(李惠薰·한나라당) 국회의원, 김동춘(金東椿·사회학부)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 처방, 대학의 역할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의 장기화, 상호불신과 양극화의 원인 및 문제점, 현 상황에서의 지식인의 역할 등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조 명예교수는 “최근 광범위하고 급하게 진행된 여러 가지 민주화와 개혁정책은 경제의 활력을 잃게 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후유증을 낳았다”고 지적하고 “이제라도 우리는 취약한 인적, 물적, 심리적 기반을 인식하고 근본을 바로세우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송호근(宋虎根·사회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참여정부 출범 이후 극렬한 패러다임의 투쟁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이뤄지면서 전반적인 분열과 분화를 가져왔다”며 “특히 참여정부의 개혁정치가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느슨하게 묶어 준 자유주의적 연대를 와해하고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를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어 “한국 사회는 사회전반적인 영역에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며 “지난 2년간의 이념 과잉에서 벗어나 ‘민주적 실용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