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공동교재’ 활용 日역사교사들 방한토론

  • 입력 2005년 3월 18일 18시 26분


한국학중앙연구원(구 정신문화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는 19일 일본의 히로시마(廣島) 현 교직원조합과 지바(千葉) 현 일본한국조선관계사연구회 소속 교사들을 초청해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 대응-한일 역사 공통 인식 만들기’를 주제로 한국 교사 및 전문가들과 토론을 벌인다.

히로시마 현 교조는 한국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와 3년여에 걸쳐 한일 공통 역사에 대한 부교재를 공동으로 만들었으며 4월 한일 양국에서 이를 동시 출간한다. 이에 앞서 지바 현 연구회는 1995년 한일 역사 이해를 돕기 위해 고교생용 부교재 ‘역사에서 보는 일본과 한국·조선’을 자체 제작해 수업에 활용해 오고 있다.

교사들은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부교재를 공동 집필한 과정과 부교재를 수업에 사용한 뒤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소개했다. 특히 이들은 역사 왜곡으로 논란이 된 일본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뿐 아니라 다른 교과서들도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이 점에선 한국 교과서도 문제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대표적 사례로 다룬 사건은 임진왜란. 요시이 아키라(吉井哲·지바 현 연구회) 교사는 “일본 학생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대해 통일을 성취한 유명한 장수로만 알고 있을 뿐 그의 조선 침략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상태였으나 귀무덤(이총·耳塚)에 대해 배운 뒤 ‘일본인으로서 창피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다카네 가쓰노리(貞金和典·히로시마 현 교조) 교사도 “도요토미의 조선 침략을 일본에서는 아직도 ‘조선 출병’ ‘조선 진출’로 설명한다”며 “진정한 평화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논의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즈키 히데오(鈴木英夫·지바 현 연구회) 교사는 “부교재를 사용해 수업을 받은 한 학생이 ‘조선과의 관계를 알면 알수록 답답하고 거북한 감정이 생겼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통신사에 대해서도 강태원(대구과학고) 교사는 “한일 양국의 교과서들이 국가주의적 관점에 물들어 승패나 우열의 시각으로 기술하고 있으나 조선통신사가 일본의 축제(마쓰리)와 연계된 점을 가르치면 학생들의 인식이 대립의 구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부교재 공동 제작 과정을 발표한 박재홍(대구 성광고) 교사는 “사전 설문조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일본 학생들이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뿐더러 교사들도 한국 관련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교사들은 일본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자칭 ‘자유주의 사관’의 위험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즈키 교사는 “자유주의 사관 그룹이 말하는 ‘식민지 지배는 일본만 한 것이 아니고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국제정치는 약육강식이다. 식민지를 갖지 않으면 일본이 식민지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변명 논리에 아이들이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심포지엄은 19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 대강당 2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031-709-6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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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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