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간 붓다-그의 삶과 가르침'(이상근 옮김·376쪽·15,000원·청미래)의 저자인 암베드카르는 우리에겐 낯설지만, 인도에선 간디의 생일과 함께 그의 생일이 국경일로 지정될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인도 신분제도인 카스트 최하층에 속한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출신으로 네루 내각에서 법무장관까지 지냈지만, 혁신적인 불교사상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내세가 아닌 현세를 중시하는 현실적 불교관을 갖고 있다. 그는 그동안 붓다의 생애나 불교의 교리 중에서 신비화된 부분을 걷어내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붓다가 강조했던 것은 생의 고통이나 허무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삶에 대한 충실과 전념이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또 윤회나 업 같은 환생의 원리에 대해서도 “신비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붓다는 본래 영혼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붓다의 생과 교리에 대한 통념을 거스르는 논지를 펴는 이 책은 결국 불교의 목적인 깨달음이 ‘저 세상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천지침을 제공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진정한 불교는 구원의 종교가 아니라, 악의 근원인 무지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자비를 도구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균형상태인 ‘니르바나’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상지이긴 하나, 지금은 거의 사멸해버린 불교를 다시 인간의 근본적 평등과 보편적 해방의 길을 제시하는 종교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도로 간 붓다’라는 책 제목이 나왔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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