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파고가 드높은 가운데, 18일 한일관계를 다룬 대담집 ‘한국과 일본국’ 한국어판의 출판기념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57) 일본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은 이렇게 말했다.
대담집은 동아일보 사장과 통일부총리를 지낸 권오기(權五琦·73) 울산대 석좌교수와의 공저.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이 한일관계의 핵심 현안과 과거사 문제 등을 놓고 대화하면서 양국의 국가관과 민족기질, 문화적 차이 등을 파헤쳐 보는 내용이다.
그는 널리 알려진 친한파 언론인으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터졌던 1982년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독도 사태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강한 한국 측의 반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일본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한국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독도 문제가 이렇게까지 비화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한일 간에는 인식의 ‘갭’이 큽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고 있기도 하지요. 역사교과서 문제가 터졌던 23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당시 한국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그는 음식점에서 일본어를 사용한다고 옆자리 손님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하면서 양국 간 갈등 속에서 번뇌하는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이 일본 측으로서는 일종의 ‘한국적 에너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는 생각이다.
“한국과의 관계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이 기회에 일본인들도 알게 됐을 겁니다. 용사마를 동경하는 일본 여성들도 조금은 역사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그는 이번 사태의 결말이 23년 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일 간의 교류가 당시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한국이 눈부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뤄 아시아의 대국으로 발돋움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 때문이다.
“어떻게 될지 저 자신도 흥미롭습니다. 한일관계는 이제 쉽게 깨질 수도 없고, 깨져서도 안 되게 돼 있거든요.”
그러나 당장은 냉각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인달지, 자신들의 주장을 상대에게 알기 쉽게 전하는 노력을 한달지. 제 개인으로는 ‘독도가 제 것이라면 주고 싶다’는 기분입니다만….”
그는 언젠가 한수산의 책에서 인용해 사설에 쓴 바 있는 ‘맑음, 가끔 흐림’이 내일의 한일관계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일관계는 말 그대로 간단치가 않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번 그것을 확인한 셈이죠. 그러나, 아니 그렇기 때문에 내일 맑은 날을 맞기 위해 준비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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