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英 DV 8 극단 ‘저스트 포 쇼’ 한국서 세계 초연

  • 입력 2005년 3월 22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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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 8’은 세계 무용계에서 하나의 스캔들이다.

‘일탈하다(deviate)’는 뜻의 단체 이름 그대로 ‘DV 8’은 1986년 창단 이래 ‘춤이란 이런 것’이라는 전통 율법을 거슬러왔다. 그들은 춤을 추며 연극배우처럼 이야기했고, 자신들의 공연을 필름에 담아 뮤직비디오처럼 대중에 보여주었다.

동성애와 실업문제 같은 ‘지금 여기의 구체적 삶과 인간관계’를 춤춰왔다. 그 ‘DV 8’이 한국에 처음 온다. 그것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저스트 포 쇼(Just for Show)’의 세계 초연을 위해서다. 이 작품은 31일∼4월 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12개국 17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영국 런던에서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DV 8’의 로이드 뉴슨 감독을 19일 전화 인터뷰했다. ‘DV 8’을 창단한 이 심리학도 출신의 무용가는 ‘DV 8’의 이념 그 자체다.

―‘저스트 포 쇼’에서 말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환영(illusion)에 관한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 환영은 필수적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완벽한 결혼’ 같은 환영이 필요하듯이…. 환영은 삶의 독이기도 하고 약이기도 하다.”

‘저스트 포 쇼’에는 홀로그램이 중요한 표현도구로 사용된다. 무용수가 전라로 나서거나 상소리를 해대는 장면도 있을 것이라고 ‘DV 8’ 측은 미리 밝혔다.

○ 3차원 영상이 중요표현 도구로 동원

―무용수의 몸만으로는 충분치 않은가. 늘 필름이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 자신의 일상이 그렇기 때문이다. 길거리 벽마다 붙어 있는 사진들, 헬스클럽의 운동기구에까지 달린 비디오 모니터, 집집마다 놓인 텔레비전…. 우리는 이런 이미지들 속에 길들여져 왔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저스트 포 쇼’의 본격적 안무 설계에는 5개월이 걸렸지만 자료취재, 홀로그램 기술의 활용방안 검토까지 포함하면 총 제작기간은 2년 여. 10∼11명의 무용수가 춤출 예정이다.

홀로그램을 표현의 주요한 도구로 사용한 ‘DV 8’의 신작 ‘저스트 포 쇼’. 행복하기 위해 위선과 환영도 필요한 인간 내면을 표현했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 “전통적 의미의 춤이 신체 되레 구속”

―‘DV 8’은 낯설다. 스스로를 ‘댄스 컴퍼니’가 아닌 ‘피지컬 시어터(physical theater)’라고 규정하는 것부터 그렇다.

“나는 춤이 추상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춤추는 사람이 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관객들이 알 수 있어야 하고 더 많은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theater)가 중요하다. 전통적 의미의 춤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의 유연한 신체를 오히려 구속한다. 아이러니 아닌가. ‘DV 8’의 모든 단원들은 일급 무용가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통적인 무용을 몸의 움직임(movement)이라는 더 포괄적인 개념의 일부로만 받아들인다.”

○ “진실이 드러날때 춤은 아름답다”

―춤이 그저 움직임이라면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나.

“진실 혹은 정직에…. 춤추는 사람 그 자신의 진실, 무대 그 자체의 진실 그것이 드러날 때 아름답다.”

‘DV 8’ 단원은 프로젝트에 따라 헤쳐 모인다. 시드니올림픽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코스트 오브 리빙(cost of living)’ 때는 다리 없는 남성 무용수가 주역을 맡기도 했다.

공연은 목금 오후 8시, 토 오후 6시. 3만∼7만원. 02-2005-0114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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