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쉰을 넘긴 여류 시인이 5년 만에 낸 세 번째 시집이다. 성기와 배설물에 대한 노골적 언급, 강도 높은 폭력적 언어 구사는 여전하다. 시집 곳곳엔 기발하고 엽기적인 상상력과 잔혹하고 비극적인 세계 인식이 펼쳐진다.
‘근무 중의 手淫 /책상다리 사이로 매독이 퍼진다 아침 열 시에.’(9분 전)
‘설사에 자살 처방, 치통에 이혼 처방, /… 넌 /간이 부었어 /마셔 내 /정액을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일식·日蝕 #3)
이번 시집에는 유난히 ‘시 쓰기’에 관한 시가 많다. 그에게 시는 ‘거룩한 오염(汚染), 시, 엽색의 다른 얼굴, 시, 군데군데 정액을 묻힌 피로한 음부’(시, 거룩한)이다.
그럼 왜 시를 쓰는 것일까. 시는 그가 택한 삶이기 때문이다. ‘열렬히 끈질기게 수음하면서 발기한 채로 죽을, 무덤까지, 발기한 채로 갈, 시, 혹은’(시, 혹은)이라며.
‘오늘도 쓴다마는 /무엇을 왜 /쓰는지 한 자를 쓰면 /두 자가 지워지고… 알면 알수록 /혼미해 지네 /똥인지 된장인지 /똥막대긴지 금막대긴지.’(오늘도 쓴다마는)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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