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포석/호리에 도시유키 지음·신은주 홍순애 옮김/151쪽·8000원·문학동네
‘곰의 포석’은 우리에게 소개된 일본문학 중에서는 흔치 않은 지적인 에세이 풍의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제목은 라퐁텐의 우화에서 따온 소재다. 곰이 노인의 코끝에 앉은 파리를 쫓으려고 던진 포석(鋪石·도로포장에 사용하는 사암이나 단단한 돌덩어리)이 노인의 머리까지 깨버렸다는 이야기. 쓸데없는 호의나 간섭을 뜻하는 말이 되어 버린 곰의 포석은 소설에서 주인공이 유대인 친구와의 우정을 성찰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번역 일을 하는 주인공은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옛 친구인 얀을 만나 시골마을에서 며칠을 보낸다. 얀은 스킨헤드에다 양 귓불에 피어스를 단 유대인. 친구라지만 둘 사이는 ‘왠지 모르게 접촉하는 부분은 있어도, 거기서 더 나아가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관계이다.
우정과 이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내면의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건드려 버리는 친구란, 무관심하고 냉담한 타인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라는 물음이다.
◇처음 온 손님/데이비드 조페티 지음·유숙자 옮김/222쪽·9500원·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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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서 깊은 도시 교토에 유학 온 주인공은 앞을 보지 못하는 교코에게 소설을 읽어 주는 대면낭독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는다. 두 사람은 함께 책을 읽을 뿐 아니라 교코가 평소 가 볼 수 없었던 가라오케 레스토랑 등을 함께 다니면서 정을 쌓아 연인과 다름없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졸업논문 심사장에서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교수들의 모습에서 크게 실망하고 일본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교코는 도쿄에서 직장을 얻어 떠나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이별을 맞는다.
이별의 순간 교코는 눈물과 함께 작은 미소로 말한다. “가끔 세상 어딘가에서 편지 줘요. 그렇지만, 회사 동료 여직원이나 누구한테 그걸 읽어 달라고 해야 할 테니, 너무 자극적인 내용은 쓰지 마세요.”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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