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한반도 조류도감’ 펴낸 송순창-순광씨

  • 입력 2005년 3월 25일 16시 30분


신원건 기자
신원건 기자
‘세밀화로 보는 한반도 조류도감’(김영사)은 오로지 우리나라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어진 최초의 우리 새 도감이다. 이전에는 ‘도감’임을 표명했어도 그림 대신 사진을 썼거나 일본 화가의 그림을 썼다. 특히 5년여의 공동작업 끝에 이 도감을 펴낸 조류학자 송순창(65·사진 오른쪽) 씨와 화가 송순광(60) 씨는 형제 사이여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순창 씨는 ‘새 박사’로 불린다. 새와의 인연만 해도 30년이 넘는다. 사회운동을 하던 1969년 요시찰 인물로 지목돼 운신이 힘들자 212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새 기르는 일에 몰두했다. 1980년 대한조류협회를 발족시키고 녹색당과 녹색연합 결성에도 힘썼다. 한반도의 오지와 무인도는 물론 철새를 따라 시베리아 만주 몽골 일본 오호츠크해 등지를 누볐다.

동생 순광 씨는 “초상화 그리기를 업으로 삼아왔는데 1990년 형이 새들을 세밀화로 그려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형이 유럽 곳곳에서 구해온 조류도감 수십 종과 형이 촬영한 새 사진들, 30년간 현장에서 거둬온 자료들을 섭렵하면서 “화가 인생의 최대 결실을 여기서 거둬보자”고 마음을 굳혔다. 그는 “2000년부터 생계를 처에게 맡긴 채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 세필(細筆)로만 1600컷을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번 도감은 한반도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452종에 대한 세밀화 1600 컷과 사진 800장을 담고 있다. 이는 국내 조류도감 가운데 역대 최다 수준.

순창 씨는 “국내 처음 촬영한 새들의 사진을 많이 실었다”며 “은빛찌르레기는 제주도에서, 긴다리사막딱새 암컷은 몽골에서 찍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붉은부리까마귀 바람까마귀 검은바람까마귀 흰점찌르레기 등 희귀한 우리 새들의 사진들이 실렸다.

새는 빛깔이 다채로워 사진보다는 세밀화 속의 모습이 훨씬 더 생생하다. 비주얼 외에도 순창 씨가 30년 이상 모아온 새 소리, 크고 작은 특징들, 서식지 번식지 월동지 등 우리 새에 관한 갖가지 정보들이 실려 있어 ‘역작’임을 실감하게 한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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