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엄마가 됐을때 공포감 느꼈어요”
“영화를 찍는 동안 어릴 적 내 어머니가 잠자는 우리 형제들 머리맡에서 하시던 말씀이 자꾸 떠올랐어요. ‘이 새끼들을 내가 어떻게든 밥 먹여 키워야 하는데’ 하고 읊조리시던 기억이요. 아이 둘을 둔 저도 문득 어머니라는 것에 무섭고 공포감을 느끼는데 7남매를 둔 제 부모님은 오죽했겠어요.”
감동 드라마 ‘엄마’의 개봉(4월8일)을 앞둔 25일 밤 만난 고두심은 4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그녀에겐 ‘걷는다’는 것이 영화에서나 인생에서나 운명이다. 제주도에서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그녀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를 만나기 위해 주말이면 한 시간 반을 걸어갔다.
“등잔에 필요한 석유와 불쏘시개로 쓸 나뭇가지들, 치약 같은 생필품을 한 짐 짊어지고 걸어갔죠. 올 때는 어머니가 싸 준 쌀과 고구마, 보리, 조, 잘게 잘라 간식으로 먹을 사탕수수를 짊어지고 왔어요.”
고두심이 소녀시절 고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그녀의 손바닥은 지금도 악수를 할 때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단단하다.
“가만히 누워서 피부 관리 받는 건 성격에 안 맞아요. 지금도 매일 새벽 1시간 45분 동안 북한산을 다녀와요. 약수도 두 병 떠오고요.”
고두심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억척 어머니만 맡느냐”는 것이다. 그녀는 “내가 근본이 촌사람이라 그렇겠죠” 하고 웃으면서 마음 속 얘기를 털어놓았다.
“아주 오래 전 한 단막극에서 유인촌 씨와 내가 고등학생과 여선생으로 만나 사랑을 한 적이 있어요.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전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요. 제가 감독들에게 늘 얘기해요. ‘사랑하는 사람 얼굴은 따로 있나? 나도 사랑할 줄 알아’ 하고요. (웃음)”
○ “난 늘 소망한다, 강렬한 역할을”
그녀는 “내겐 부풀린 헤어스타일과 집시풍의 화려하고 퇴폐적인 옷도 참 잘 어울린다. 내 몸이 그 리듬을 안다. 어머니 역할만 하느라 귀도 못 뚫어봤지만 나 혼자서는 늘 강렬한 상상을 한다”고도 했다. “권상우 같은 배우와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나누는 멜로는 어떤가”라고 물었다. 고두심의 답이 의외였다.
“권상우는 ‘몸짱’이죠. 하지만 우수에 젖고 슬퍼 보여요. 난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씨가 참 좋아요. 조인성은 어떨까요? 방랑기도 있고 개구쟁이처럼 말썽도 부릴 것 같지만, 화들짝 웃는 맛이 있잖아요.”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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