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작가의 공개 강의는 지난해 9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평소 대중적 발언을 꺼려온 그는 이날 강의에서 “요즘 후배들이 쓴 드라마를 보면 말초적이고 가슴이 아닌 머리로 쓴 작품이 많아 내가 오히려 물들까 겁이 난다”고 비판했다. 김 작가는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각이나 사각관계, 근친상간, 재벌 2세와의 로맨스 등 비현실적 요소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파행적 인간관계에 의존한 드라마가 양산되는 이유로 그는 시청률 경쟁을 지적했다. 그는 “‘부모님 전상서’의 경우 복잡한 소재들을 피해 무공해로 만든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이유가 됐다”며 시청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표 드라마’의 스타일을 바꿔 볼 생각은 없느냐’라는 한 수강생의 질문에 김 작가는 극본 쓰기를 뜨개질에 비유하며 “내가 ‘짠’ 드라마 극본을 사람들이 단번에 알아보는 것은 그만큼 내 작품에 개성이 있다는 소리 아니냐”고 답했다.
특히 김 작가는 예비 방송작가들에게 “고전을 많이 읽고, 맹목적으로 유행을 좇지 않는 작가가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1968년 MBC 라디오 드라마 공모전에 ‘저 눈밭에 사슴이’가 당선돼 데뷔한 김 작가는 MBC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SBS ‘청춘의 덫’ ‘완전한 사랑’ 등 인기 드라마를 만들어낸 ‘히트 제조기’로 불린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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