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오수義犬’ 설화는 사실?

  • 입력 2005년 3월 29일 18시 48분


개의 형상을 띠고 있는 ‘오수의견비’의 앞면 탁본(위)과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 있는 ‘오수의견비’ 사진제공 전북역사문화연구소
개의 형상을 띠고 있는 ‘오수의견비’의 앞면 탁본(위)과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 있는 ‘오수의견비’ 사진제공 전북역사문화연구소
불 속에서 잠든 주인을 구하기 위해 강물을 몸에 적셔 오가다가 지쳐 죽은 충견(忠犬)에 얽힌 ‘오수의견(獒樹義犬)’ 설화는 사실일까.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 원동산(園東山)에는 이 개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비(碑)가 있다. 높이 218cm, 상단 폭 98cm, 하단 폭 96cm로 대형 비다. 이 비의 건립 시기와 비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민들은 이 비를 오수의견비로 부르고 있다. 마을 이름 ‘오수’도 큰 개가 죽은 자리에서 자란 나무라는 뜻이다.

최근 전북역사문화연구소(소장 이동희 예원예술대 교수)는 이 비의 실체를 추정할 수 있는 학문적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소는 전라금석문연구회의 탁본을 토대로 이 비를 연구한 결과 앞에는 개 문양이, 뒤에는 비를 세운 사람들의 명단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참가한 이철량(한국회화) 전북대 교수는 “앞면의 탁본에서 개가 뒤집어져 있는 모양이 보이는데 주민들이 생각한 오수견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석공 김옥수 명장은 “비에 개 문양을 새긴 게 아니라 원래 개 문양이 있는 돌로 비를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뒷면에는 대시주 김방질동(大施主 金方叱同), 금물대시주 김여산(金物大施主 金如山) 등 65여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손환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들은 비를 세우는 데 출자한 사람들로 이 정도면 오수 지역민 대부분이 참여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수의견비의 건립 시기는 대체로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손 연구원은 △통일신라나 고려시대에 사용된 육조체(六朝體) 서체 △고려시대부터 이용된 원수형(圓首形)의 비 모양 등으로 미루어 이같이 밝혔다.

특히 고려 문인 최자(崔滋)가 1254년 펴낸 보한집(補閑集)이 오수의견 설화를 다루고 있어 귀중한 문헌 자료가 되고 있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전북역사문화연구소는 다음달 22일 임실군 오수면 오수공원에서 오수의견 설화와 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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