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부엉/부엉이 운다//두부 몰래 먹는/부뚜막 생쥐야/부엉이 발톱 조심해라//부엉/부엉/부엉이 운다.” (‘부엉이’ 전문)
재미난 말놀이를 통해 한글 자모의 소리와 낱말을 익히도록 한 동시집. 중견 시인 최승호 씨가 펴낸 첫 동시집이기도 하다.
위의 동시 ‘부엉이’에는 ‘부’가 아홉 번 나온다. 이 동시집에는 ‘가’부터 ‘히’까지, 여섯 개의 모음(ㅏ,ㅓ, ㅗ, ㅜ, ㅡ, l)과 14개의 자음(ㄱ∼ㅎ)으로 만들어진 84개의 운(韻)을 각각 이용한 동시 84편이 실려 있다.
‘사자’(‘사’), ‘허수아비’(‘허’), ‘오솔길’(‘오’), ‘두꺼비’(‘두’), ‘그네’(‘그’), ‘피리’(‘피’) 등 자연과 관련된 단어나 아이에게 친근한 낱말을 골라 주제어로 삼았다.
‘저’를 이용해 쓴 시 ‘저어새’를 보자.
“저어새야 저어새야/고개를 저어라/이리 저리 저어라/저녁까지 저어라/저어라 저어라 저어새야….”
이처럼 같은 운이 되풀이되면서 빚어지는 경쾌한 운율을 통해 아이가 ‘말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한 게 이 동시집의 장점이다.
아이들은 말놀이에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리, 리, 리 자로 끝나는 말은…’으로 시작하는 노래가 고작일 뿐, ‘말놀이’의 맛을 제대로 전하는 책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중견 시인이 펴낸 이 시집은 눈길을 끈다.
동시 한 편마다 한 개의 운이 반복되므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라면 엄마가 읽어주면서 특정 자음과 모음이 만나 어떤 소리를 만드는지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
글을 깨친 아이라면 동시를 또박또박 소리 내 읽어보도록 시켜 본다. 어린 아이일수록 글자를 눈으로만 읽기보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은데, 운율이 강조된 이 동시들은 소리 내 읽어야 제 맛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특히 저학년 아이에게 권할 만하다.
동시를 읽고 난 뒤 아이들에게 비슷한 소리가 나는 단어들을 떠올려 보도록 하는 것도 어휘력 향상에 좋을 듯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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