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악기 연주가 절묘한 화음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입장권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만의 회사원 정쑤쥐안(鄭素娟·30·여) 씨는 음악전문채널인 ‘MTV 아시아’의 ‘버즈아시아(BuzzAsia)’ 프로그램을 보다가 일본 가요에 빠졌다.
정 씨는 “요즘은 한국 가요도 즐겨 듣고 있다.
아시아 음악이 미국의 팝음악보다 왠지 친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메이드인 USA’ 시들
수십 년 동안 ‘메이드인 USA’가 사실상 지배했던 아시아 대중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분야에서 ‘메이드인 아시아’가 아시아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韓流) 붐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공대 통신기술학과 1학년 탕잉 꽁(20) 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케이블TV를 켠다. 보는 순서는 채널 12(MTV아시아), 채널 16(한국의 아리랑TV), 채널 4(중국의 CCTV) 순이다.
태국 방콕의 호왕고등학교 3학년 프리차(18) 군은 게임 마니아. 그는 2년 전부터 한국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에 푹 빠졌다. 지난해에는 오프라인 동호회도 만들었고 같은 해 7월 서울에서 열린 ‘라그나로크 세계 챔피언십 2004’ 대회에 태국 대표로 참석해 11개국 162명의 선수들과 게임을 치렀다. 라그나로크는 3월 기준으로 세계 22개국에 수출됐고 이 가운데 15개국이 아시아다.
○ ‘아시아 코드’로 통한다
아시아 문화코드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아시아 공동체라는 유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MTV아시아 뮤직 어워드 공연’을 준비하던 MTV는 공연을 한 달 앞둔 1월 초 행사 명칭을 ‘2005 MTV 아시아돕기(ASIA AID)’로 바꿨다.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쓰나미) 때문이었다.
행사장소도 당초 싱가포르에서 쓰나미 피해국인 태국의 방콕으로 변경됐다. 이 행사에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11개국 인기 가수들이 참여해 모금활동을 벌였다.
아시아 음악 팬들 간에 국경을 넘어서는 교류도 활발하다. 팬클럽 게시판이나 e메일을 통해 상대방 국가에 대한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상대방 문화에 대한 호감이 국가의 이미지를 바꾸기도 한다. 2001년까지만 해도 태국에서 한국은 ‘나쁜 나라’였다. 현지 언론에는 한국에 잘못 입국했다가는 ‘감옥행’ 아니면 ‘입국 거부’라는 식의 부정적인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2002년 드라마 ‘가을동화’ 방영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 연예인 팬클럽이 잇달아 생겨났으며 ‘한국인 남자친구 사귀기 동호회’란 모임까지 등장했다.
○ 소리없는 문화 전쟁
아시아의 문화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문화 허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은 19개의 해외사무소가 있으며 본부 직원만 200명이 넘는다. 일본 국제교류기금 다구치 에이지(田口榮治) 지역과장은 “전체 예산 가운데 아시아에 할당된 비율은 1999년 23.9%에서 2003년 27.2%로 늘어 연간 32억 엔(약 304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문화공연 허브’를 꿈꾸고 있다. ‘싱가포르 아트페스티벌’ 등 세계 수준의 연례행사를 열고 있다. 아시아 공연시장을 겨냥해 2002년 10월에는 3370억 원을 들여 2000여 좌석의 극장과 1600석의 콘서트홀을 갖춘 복합 문화센터 ‘에스플라나드’를 건설하기도 했다.
중국의 문화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공연장과 전시장 등 하드웨어는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운영 노하우와 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가 빈약하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 매머드 국제행사를 계기로 문화 인프라를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문화재단 국제교류담당 김현자(金顯子) 차장은 “올 10월엔 상하이에서 100억 원 규모의 ‘상하이 아트페스티벌’이 예정돼 있다”며 “세계적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중국행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 ‘美-유럽의 벽’ 허물기 멀지 않다
아직 한계는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인도의 볼리우드 영화 등 예외가 있긴 하지만 아시아 대중문화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해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홍콩이나 중국의 일부 감독이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했지만 이를 ‘아시아 문화의 성공’으로 보기는 이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대중적 인기를 끈 작품도 베트남 ‘수중 인형극’과 한국 ‘난타’ 정도다.
역사 및 영토 문제 등을 둘러싸고 때로 불거지는 아시아 각국 간의 정치 외교적 갈등이 상호 문화협력에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경제력과 함께 아시아 문화의 영향력도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적인 스타는 모두 서양에서 나왔지만 이젠 다르다. 앞으로 15년 뒤인 2020년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도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MTV아시아 미샬 바마 기획섭외담당 부사장은 아시아 음악의 세계화를 확신하고 있었다.
▼Bombay+Hollywood 인도 영화산업 ‘Bollywood’▼
인도는 2003년에만 1100편의 영화를 제작할 정도로 ‘영화강국’이다. 적어도 제작 편수로 볼 때 한 해 평균 600편을 만드는 할리우드를 압도한다.
영화산업의 중심은 뭄바이. 이곳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영화의 본산지는 볼리우드(bollywood)로도 불린다. 뭄바이의 옛 이름인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다.
볼리우드 영화는 대체로 뭄바이 교외에 있는 ‘필름시티’에서 만들어진다. 60만 평 규모의 필름시티에는 병원 학교 등 영화촬영을 위한 각종 세트가 있다.
최고의 인기 남자배우인 샤루크 칸과 미스월드 출신인 여배우 아이슈와리야 라이가 주연을 맡은 ‘데브다스’는 11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기도 했다.
샤루크 칸 같은 스타의 편당 출연료는 10억 원이 넘는다. 이들은 광고모델로도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인도 영화감독 레크 탄돈 씨는 “인도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 미만일 정도로 인도영화의 경쟁력이 높다”며 “인기스타는 인도에서 사실상 ‘신(神)’과 같은 존재로 대접받는다”고 말했다.
인도 영화는 춤과 노래가 많은 것이 특징. 키스 장면이 슬쩍 끼어 나오기도 하지만 노골적인 섹스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여배우들이 몸에 달라붙는 사리(인도 여성의 전통의상)를 입고 춤을 추는 것이 가장 에로틱한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인도 영화산업의 고용 인력은 230만 명이고 지난해 매출액은 6조7000억 원.
인도 영화는 파키스탄, 스리랑카, 중동,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에 따라 해외 매출이 매년 50% 이상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인도 영화의 해외 매출은 3억 달러(약 3000억 원)로 예상된다.
▼특별취재팀 명단▼
▽경제부=권순활 차장
공종식 기자
차지완 기자
▽국제부=김창혁 차장
이호갑 기자
황유성 베이징특파원
박원재 도쿄특파원
김승련 워싱턴특파원
▽사회부=유재동 기자
▽교육생활부=길진균 기자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