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아이 만들기]<6>아이들에게 책읽어주기

  • 입력 2005년 4월 7일 18시 21분


책을 읽어 주는 것은 아이들이 쉽게 독서에 흥미를 갖게 해 주는 방법 중 하나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읽는 능력에 비해 듣는 능력이 훨씬 더 발달하고, 읽어 주는 것을 직접 읽는 것보다 훨씬 즐거워한다. 또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도 누군가 들려주면 쉽게 이해하게 된다.

책을 읽어 줄 때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 감정을 함께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면서 읽어 주는 사람도 그 책 속에 흠뻑 빠져 들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초등학생인 경우에는 20분 정도로 읽는 시간을 정해야 지루해하지 않는다. 책을 읽어 주면서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자,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주인공이 어디로 갔을까?” 등 이야기의 흐름을 돕는 질문을 해 보자. “여기서 뭐 느꼈어?” “주인공이 한 일을 순서대로 말해 봐.” 이런 식의 질문은 엄마 욕심이다.

그럼 도대체 언제까지 책을 읽어 주어야 하는 걸까?

아이가 “노”라고 할 때까지다. 책을 읽어 주는 것은 단순히 내용 전달뿐 아니라,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읽어 주는 사람과의 감정 교류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 등의 효과도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책 읽어 주는 방법을 달리 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부모가 한 장을 읽고 아이가 한 장을 읽는 것도 좋고, 부모가 본문 내용을 읽고 아이가 대화 내용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저학년이거나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인 경우는 엄마와 함께 소리를 맞추어 읽게 하면 쉽다. 이렇게 하면 책읽기가 놀이가 되어 거부감이 없어진다.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가 걱정스레 물었다. 아이가 책을 읽긴 읽는데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둘째가 어려서 큰애에게만 매달려 책을 읽게 할 수도 없고 걱정이란다. 내가 수업시간에 만난 그 아이는 책을 읽긴 읽는데 건성으로, 그것도 지나치게 빨리 읽고 있었다. 그림이나 책 속에서 만나는 상황을 이해할 사이도 없이 줄거리를 훑는 수준의 독서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책 읽어 주기를 권했다. 집에 돌아가서 여섯 살짜리 동생을 앉혀 놓고 그림책 한 권씩을 소리 내어 읽어 주라고 했다. 동생이 어리니까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얼마 후 확인해 보니까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할 때면 둘이 식탁에 앉아, 큰애가 동생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이다. 큰 소리로 그림 설명도 하면서…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따뜻한 풍경 아닌가? 책 읽어 주는 가족.

오길주 문예원 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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