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우리도 행복해질게요… 교황님도 행복하세요

  • 입력 2005년 4월 8일 18시 08분


1999년 늦가을 저녁 무렵 로마 바티칸 성당 앞에서 며칠간의 종교평화회의를 마무리하는 역사적 순간, 달라이 라마 바로 곁에 앉아 계셨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새천년을 향해 날아오르는 큰 비둘기의 중심에 앉아 계신 듯했다.

교황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100여 명의 다양한 모습의 종교인들이 새의 두 날개처럼 도열해 세계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를 띄우며 인류 공동체 정신으로 미래의 창공으로 비상하려는 순간이었다.

교황청에서는 당시 이른바 ‘밀레니엄 이브’의 행사로 교황의 뜻을 받들어 세계 종교지도자회의를 주최했다. 대망의 신세기 새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전 세계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나름대로 희망과 결의를 다지며 사뭇 설레고 있던 때, 교황은 종교계의 여망을 담아내고자 주요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해 세계 평화를 위한 종교인들의 협조를 논의하고자 하셨다. 이에 따라 그리스도교 내 여러 교파를 포함해 유대교와 이슬람교, 불교와 힌두교, 나아가 조로아스터교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 200여 명이 모여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세계 평화 구현 방안을 의논했다.

한국에서는 당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과 성균관장이 초청되었으나, 원장 스님의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내가 대신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 귀한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교황은 불편하신 노구에도 불구하고 몸소 참석하셔서 참가자들을 격려하시고 새천년을 축복하셨다. 그때 느꼈던 벅찬 감동은 길이 잊지 못할 줄 안다.

그 후 5년여가 지나는 동안, 우리 모두 간절하게 추구했던 세계 평화의 꿈은 악몽처럼 전개되었고, 이상의 날개는 수많은 갈등과 전쟁의 비바람에 시달려 위축되어 가고 있다. 교황은 노구와 병마의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나라를 방문해 평화 증진에 온갖 노력을 다하셨고, 사랑과 자비의 사도로서 솔선수범하시다 가셨다.

불교인들을 포함해 모든 종교인과 함께 새삼 그분의 평화정신을 기리며, 안식을 기원 드린다.

진월 동국대 정각원장·한국종교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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