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첼시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어시스턴트 2, 3명의 도움을 받아가며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작가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에 이어 이번에 신작전을 갖는 그는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내가 만난 몇몇 한국인은 굉장히 감성적이며 친절했다”면서 “이번 전시에 맞춰 한국에 가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못 갈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흔히들 당신을 페미니즘 작가라고 한다. 맞는가.
“나는 내 작품을 어떤 이즘으로 묶는 것에 반대한다. 다만, 아는 것에 관해서만 얘기할 뿐이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을 위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늘 ‘나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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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동안 드로잉에서부터 천 조각에 석판화를 찍는 작업, 수건으로 만든 조각 작품, 손바느질한 천 조각 등 장르와 재료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해왔지만 일관된 주제는 오랫동안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했던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어릴 적 상처다.
―예술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카타르시스(정화)다. 내가 경험한 상처, 증오, 연민을 표현하고자 한다.”
―초반에 주목받았던 작품들이 남자에 대한 미움과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용서’나 ‘화해’ 같은 주제를 담은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화해하고 용서해야 한다. 요즘에는 빨간색을 주로 쓴다. 아마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감정의 한가운데서도 이해받고 사랑받기 원하는 내면의식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에게 예술은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작업이다.”
―당신은 일흔의 나이에 뉴욕 MoMA 개인전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아흔이 넘은 나이인데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나이에 대해 갖는 생각은….
“살아갈수록 나는 ‘우리가 얼마나 힘든 세상을 살고 있는지’에 관해 생각한다.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항상 내가 장거리 주자이며,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왔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너무 야망이 크고 모든 게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런 성향은 파괴적이 될 수 있어 위험하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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