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공법 발라드
“4년 만이죠. 이번에는 정공법(正攻法) 발라드로 돌아왔습니다.”
윤종신(36)은 스스로를 ‘발라드쟁이’라고 표현했다. ‘오래전 그날’ ‘환생’ ‘배웅’ 등 그의 주력 상품은 진지한 발라드였다. 그런 그가 2001년 9집 이후 방송과 라디오에서 코믹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4년간의 외도를 끝내고 그가 겪은 ‘웃음’에 대한 노래들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4년 동안 항상 웃으면서 다녔는데 그 웃음 뒤에는 눈물과 고민, 사랑이 있었어요. 웃음 뒤에 감춰진 제 4년의 이야기가 바로 ‘비하인드 더 스마일’입니다.”
10집 타이틀곡 ‘너에게 간다’는 데뷔 초 윤종신의 풋풋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유 아 소 뷰티풀’은 리듬 앤드 블루스 스타일의 발라드 곡으로 색소폰 버전과 가수 하림이 연주한 하모니카 버전으로 수록됐다. 또 3인조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와 함께한 라운지 계열의 곡 ‘오늘의 날씨’나 보사노바 풍의 ‘런치 메뉴’는 그동안 윤종신의 앨범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실험들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 015B의 정석원을 데려왔다. 1995년 4집 ‘공존’ 이후 10년 만의 만남이다. 정석원은 ‘너의 여행’ ‘나의 안부’ 등 4곡을 만들어 주었다.
● 음유시인
윤종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가사. ‘음유시인’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가사에는 진한 인생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사랑’이나 ‘이별’에 국한되지 않고 36세의 한 남자가 느끼는 감정을 ‘현재 진행형’의 시점으로 가사에 담았다.
“‘아, 날씨 좋다’로 시작하는 ‘서른 너머…집으로 가는 길’이란 곡은 집으로 가는 언덕길에서 나를 생각한 곡입니다. 30대 중반이 되니까 나도 모르게 낭만보다는 현실에만 몰두하는 약삭빠른 사람이 되었죠. 그런 30대 중반의 내 모습을 반성한 곡입니다.”
그의 가사 실력은 국문학도(연세대 국문과 졸업)답게 시적(詩的)이다. 허구적인 내용보다는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 얘기가 주다.
그의 예민한 감수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종 ‘팥빙수’만을 기억한다. 섭섭할 법도 한데 그는 싱긋 웃는다.
“‘팥빙수’ 덕택에 오히려 스펙트럼이 다양한 가수가 됐다고 생각해요. 발라드만 할 수 있는 가수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할까요. 적어도 이제 사람들은 ‘이제 얘가 뭘 할까?’라고 궁금해 하잖아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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