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9주연속 판매1위 ‘살아있는 동안 꼭… ’은 짜깁기”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45분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펴낸 책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는 ‘다빈치 코드’를 끌어내리고 9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생 에세이집. 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탄줘잉’이라는 중국 필자가 쓴 이 책이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에 실린 글들을 출처 표시 없이 끌어 모아 짜깁기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측은 원저에 탄줘잉이 ‘편저자’로 표기돼 있는 것을 ‘저자’로 둔갑시켰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독자 ‘박서현’ 씨는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에 “이 책에 수록된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 ‘악기 하나 배워 보기’는 1991년 10월호 리더스 다이제스트 한국판에 실린 ‘아버지가 사주신 아코디언’(웨인 캘린 지음)과 주제 스토리 배경, 심지어 단어들까지 비슷하다”면서 “저자도 밝히지 않은 책을 돈을 주고 샀다는 일에, 더구나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항의했다.

독자 ‘김찬웅’ 씨도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 ‘소중한 친구 만들기’는 제임스 볼드윈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50가지 이야기’ 가운데 ‘다몬과 피시아스’에서 빌려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즈덤하우스 측은 지난달 15일 자유게시판 댓글을 통해 “이 책 저자는 탄줘잉이 맞다”고 잡아뗐다가 다시 지난달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입장’을 통해 “일부 글의 출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짜깁기 사실을 시인했다.

이 회사 김태영 사장은 12일 “사실 탄줘잉은 3분의 2를 직접 집필하고 나머지 이야기 15편은 끌어 모은 편저였다”며 “우리가 잘못한 게 분명하며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 앞으로 인쇄할 책에는 탄줘잉을 ‘편저자’로 명기하고 이야기의 출처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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