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너무 멋있어.” 액션 느와르 ‘달콤한 인생’의 주인공 이병헌(극중 선우)을 보고 내뱉는 탄성이다. 하지만 “그가 왜 멋진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그냥.” 줄거리가 아니라 이미지로 말하는 이 영화의 한 컷 한 컷에는 이병헌이 멋지게 보일 수밖에 없는 숨은 장치들이 있다. 일부는 톱 배우 이병헌이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결과물이며, 또 일부는 김지운 감독이 빛(조명)의 마술을 통해 만들어낸 환상이기도 하다. ‘달콤한 인생’ 속 이병헌, 그가 매력적인 이유를 신체 부위별로 잡아냈다.》
이병헌의 ‘입선 처리’는 가히 득도의 경지다. 입술로 캐릭터를 만드니 말이다. 그는 시종 앙다문 입을 통해 명석하고 단호한 ‘선우’를 표현한다①.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떠먹을 때조차 그는 입술을 조종한다. 케이크를 티스푼으로 한 숟갈 예쁘게 떠서 입에 쏙 집어넣은 뒤, 숟갈을 대번에 빼지 않는 것. 빼내기 직전 입술을 살짝 오므려 숟갈을 잡음으로써 ‘여피족’ 같은 깔끔한 이미지와 성적(性的)인 긴장을 동시에 표출한다②. 한편 △“아, 아닙니다” “저 그런 사람(해결사) 아니거든요?”와 같은 대사를 말할 때처럼 냉철하던 선우가 당혹스러워 하는 대목과 △분노를 폭발시키는 대목 ③에서는 입술 우측 상단을 살짝 들쳐 올림으로써 가지런한 입선에 갑작스럽게 불균형을 만든다. 차갑게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는 단 한 번 활짝 웃는데④, 입을 일부러 촌스럽게 벌려 만든 이 웃음은 선우의 순박했던 사랑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낸다.
위대한 배우는 뒤통수로도 말한다. 보스의 애인(신민아)을 보고 미묘하게 흔들리는 선우의 내면은 늘 그의 뒷모습⑤을 통해 제시된다. 눈여겨보면 이병헌의 뒷머리는 좌우상하로 다채로운 웨이브를 갖고 있는데, 감독은 이 장면 직후 수양버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정말 이병헌의 뒷머리 웨이브를 닮았다!)을 끼워 넣음으로써⑥ 선우의 내면적 동요를 이미지화한다. 자다가 희수(신민아)의 전화를 받고 벌떡 일어나 샤워실로 들어가는 이병헌의 뒷모습⑦은 양가(兩價)적으로 다가온다. 찰진 엉덩이는 선우의 다부진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흉터가 선명한 등은 서글픔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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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자신의 손을 2개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극대화하는데 사용한다. 조그만 에스프레소 잔을 엄지와 중지만을 사용해 살랑 집어 드는 순간⑧과 검지를 30도 비틀어 희수의 집 초인종을 산뜻하게 누르는 장면⑨은 도회적이고 차가운 냄새를 풍긴다. 반면 집단 폭력에 피투성이가 된 그가 유일한 무기인 휴대전화 배터리를 부여잡는 손⑩은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생존의 몸부림을 투박하고 뜨겁게 드러낸다.
이병헌의 얼굴은 옆에서 볼 때 눈썹 부위가 융기한 형⑪. 어둡고 침울한 느와르 장르에 적합한 얼굴이랄 수 있다. 이병헌에게는 머리 위에서 아래로 ‘때리는’ 하향식 조명이 많이 쓰였는데, 돌출한 눈썹 덕에 그의 눈두덩에는 선글라스를 쓴 것 같은 실루엣 효과가 나타난다⑫. 어두운 눈두덩을 통해 선우의 음울한 내면이 투사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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