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그들만의 궁전’의 작가 한수경(40·여) 씨는 아들 김현창(15·중3) 군에게 이런 축하인사를 받았다. 2003년 한 씨의 첫 작품 ‘물구나무서기’가 단행본으로 출간됐지만 별 반응이 없자 김 군의 실망이 컸던 것.
‘그들만의 궁전’은 부의 상징인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 벤처기업가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소설이다.
한 씨는 의사인 남편 김한식(41) 씨와의 사이에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아들을 둔 전업주부다. 그녀가 작가와 주부의 삶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병행하는지 들어 봤다.
▽작가로 성공하기=“대학 졸업 후 잠시 백수생활을 하는 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가 소설을 쓰자고 마음먹었죠. 석 달 동안 장편소설 한 편 써서 무작정 출판사를 찾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편집장은 소설을 제대로 공부해 보라며 정중히 거절하더군요.”
![]() |
이후 그녀는 소설가 황충상 씨에게 1년간 소설 쓰기를 배웠고, 글의 구도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시나리오도 공부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해마다 신춘문예를 준비했어요. 젊었을 땐 등단에 목이 말랐죠.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등단이 확실한 결정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글 쓰는 일이 그냥 ‘나의 길’이라고 생각되면서 조급증이 가셨습니다.”
글 쓰는 삶에 확신이 생기자 한 씨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작가는 사람을 편견 없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만의 궁전’도 타워팰리스를 소재로 부자와 빈자(貧者)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소통’을 이야기하자는 것이죠.”
▽주부로 성공하기=한 씨는 요즘 주부들이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하는 아이들 교육 문제를 일명 ‘도서관 털기’로 해결했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글을 쓸 때 아이들이 ‘엄마 방해 안돼?’라고 물으면 ‘너희들 때문에 더 잘 써져’라고 말하지만 사실 방해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집 옆 도서관이에요. 전주에 살 때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을 도서관에 데려가 저는 글을 쓰고 아이들에게는 아동도서를 죄다 읽도록 권유했죠.”
한 씨의 두 아들은 결국 도서관의 책들을 다 읽었다. 독서량이 많은 때문인지 현창 군은 최근 엄마 몰래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
자신의 습작을 보여 주고 남편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부부 간의 의사소통도 원활해졌다. “결혼 초기에는 밥도 안 해 놓고 책상에 앉아 글 쓰는 바람에 남편과 많이 싸웠지만 이젠 밥을 안 해놓아도 남편이 ‘오늘은 글발 좀 받아 많이 썼나보지’라며 웃어요.”
그녀는 작가와 주부의 삶을 열차에 비유하며 작가도 가정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는 완행열차를 타고 간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며 ‘칙칙폭폭’ 천천히 나아가다 멈춰야 할 역에 자주 서는 것처럼 말이죠. 가족을 위해서는 잠시 멈추었다 갈 여유가 생겼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