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퉁, 한국문화재 영문판 논문 참여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23분


전영한 기자
전영한 기자
“2년 전 부여에서 처음 백제금동대향로를 보고 그 뛰어난 품격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백제 예술의 창의성에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우퉁(吳同·65·사진) 미국 보스턴미술관 명예큐레이터는 우리나라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높이 64cm, 무게 11.4kg·1993년 충남 부여군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국립부여박물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8월 출간할 예정인 한국 전통문화재 영문판 시리즈의 첫 권인 백제금동대향로 소개서에 실릴 논문의 마무리 작업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하나의 문화재를 한 권의 책에 담아내는 영문판 시리즈를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기획하면서 백제금동대향로를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추천한 것도 우 씨였다.

“백제금동대향로 꼭대기의 봉황과 받침대의 용은 도가(道家) 사상의 음양을 상징하는 영생불사의 동물들입니다. 봉황은 이제 막 내려앉기라도 한 듯 날갯짓을 하고 있고, 향로를 입에 물고 용틀임하는 용은 앞뒤 좌우 네 방향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지요. 일본과 중국 유물에서 볼 수 없는 완벽한 예술적 구도입니다.”

나아가 향로의 뚜껑과 몸통은 도교와 불교의 완벽한 융합을 보여준다고 우 씨는 설명했다. 뚜껑 부분에 불로장생의 선인(仙人)들이 살았다는 도교의 이상향인 박산(博山)이 묘사돼 있고, 그 위로 5명의 악사들이 깎은 머리에 승려복을 입고 있다. 몸통에는 불교의 연화화생(蓮花化生)을 뜻하는 연꽃을 배경으로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온갖 상상의 날짐승과 길짐승(진금이수·珍禽異獸), 신선들이 조각돼 있다.

이 같은 조형미는 향로의 기원지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백제만의 독창성이라고 우 씨는 강조했다.

중국 푸젠(福建) 성에서 태어나 대만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1971년부터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재직한 이래 20년간 동양부장을 지내다 올해 초 정년퇴직했다.

‘한국미술 5000년 전-1980년’ 담당자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2003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함께 보스턴미술관의 한국미술 컬렉션을 조사했고, 그 성과물을 조만간 한글과 영어로 동시 출간할 계획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