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층간소음 범칙금 물린다지만… “해결책 될지 모르겠네”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55분



이웃사촌을 원수로 만들기도 하는 층간 소음. 10일부터 아파트 연립주택 등에서 층간소음을 발생시켰을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 원의 범칙금을 물도록 됐다. 하지만 그간 층간소음 문제로 속앓이를 해온 주부들은 여전히 괴롭다.

주부들은 집 밖 생활이 많은 다른 가족보다 아이들 뛰는 소리, 피아노나 헬스기구 소음 등에 많이 시달린다. 더구나 층간 소음문제로 아래윗집 싸움에 나서야 하고, 생활반경이 비슷한 주부 특성상 얼굴 붉힌 상대와 자주 마주쳐야 한다.

또한 층간소음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아이들 뛰는 문제인데 아랫집과 갈등을 빚어온 윗집 주부의 입장에서는 더욱 아랫집 눈치를 살피게 됐고, 아랫집 주부 입장에서는 섣부르게 경찰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5, 7세 형제를 키우는 주부 서모(36·서울 송파구 방이동 D아파트) 씨는 “아이들이 어려서 뛰지 못하게 해도 금방 잊어버린다”며 “아랫집에 항상 죄송하지만 10만 원 범칙금 얘기가 편치는 않다”고 말했다.

윗집 아이들 3명이 뛰는 소리에 몇 달째 시달리고 있다는 주부 이모(47·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씨는 “윗집이 10만 원 범칙금을 물고서는 오히려 ‘10만 원어치 뛰겠다’고 감정적으로 나오면 상황이 더욱 나빠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요즘 지어진 아파트는 벽이 구조체 역할을 하는 일체식이기 때문에 바닥이 얇아 소음이 한층 건너 아래층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또 아랫집 옆집 소음이 윗집 소음과 확실히 구분되지 않아 선뜻 어느 집 소음이라고 경찰에 전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윗집은 층간소음의 ‘1차 용의선상’에 올랐고, 그러잖아도 사이 나쁠 소지가 많은 아래윗집 사이를 더욱 악화시켜 왔다.

7, 13세 아들을 둔 주부 김모(39·서울 광진구 구의동 H아파트) 씨의 경우 2월 초 이런 오해 때문에 불쾌한 일을 당했다. 온 식구가 잠든 오후 11시 반경 현관 인터폰이 울려 일어나 보니 아랫집 아주머니가 문 앞에 와서 “아이들 좀 그만 뛰게 하라”는 것이었다. 불 꺼진 집안과 자신의 잠옷차림을 보여줘 누명을 벗었다는 김 씨는 “그간 아랫집에 미안한 일이 많았지만 그 일로 미안했던 마음이 싹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주부 안모(41·서울 강동구 암사동 H아파트) 씨는 ‘얄미운’ 윗집에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윗집 아이가 뛰는 소리 때문에 여러 번 윗집에 항의를 해도 들은 시늉도 않더군요. 어느 날 자정 무렵 윗집에서 마이크로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 112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출동하고 보니 윗집 식구들은 자고 있었고 아랫집 소리였어요.”

안 씨는 ‘당신들이 한 짓이 있는데’ 하는 생각에 통쾌한 기분마저 들었고 결국 사이가 더욱 틀어져 2년 전 이사 나올 때까지 서로 피하는 사이가 됐다고.

2001년부터 층간소음 피해 문제를 다뤄온 주거문화개선시민운동본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미칠 지경이다’ ‘보복 방법을 알려 달라’ ‘죽이고 싶다’ ‘우리 집 소음이 아닌데 자꾸 항의가 온다’ ‘윗집 소음이 맞는데 아니라고 우긴다’는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 단체의 차상곤(시립인천전문대 건축과 교수)사무국장은 “이번 조치는 우리 사회의 층간소음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걸 증명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국장은 또 “층간소음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나 편하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선진 공동체 의식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층간 소음 문제는 공통주택에 사는 이상 누구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자세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경아 사외기자·주부

▼층간소음 문제 이렇게 해결하세요▼

다음은 주거문화개선시민운동본부에서 권하는 층간소음 대처방안들.

△공동주택에서는 누구나 아랫집도 윗집도 된다. 항의가 들어오기 전부터 소음을 줄이는 생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집안은 놀이터가 아님을 주지시키고 아이들 동선에 따라 탄력매트를 깐다. 매트를 깔았다고 방심해서 뛰어다니면 무용지물.

△성인 남성의 쿵쿵거리는 발소리도 아래층엔 소음이다. 발소리가 큰 성인은 푹신한 슬리퍼를 착용한다.

△식탁 의자 등 끄는 소리가 나는 물건 바닥에는 접착제 처리가 된 부직포를 붙인다.

△헬스기구나 피아노 소리로 이웃과 갈등을 빚을 경우 이웃과 서로 용인할 수 있는 시간대를 찾아본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첫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면 상대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빠지므로 먼저 주부들 사이에 편하게 대화를 튼 다음 그 집 소음에 대해 불편함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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