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vs 영국, 거장이 맞서다
5월에는 미국과 영국 영화계의 두 거장이 작품 대결을 벌인다.
미국의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지막 편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5월 26일 개봉)를 선보인다. 1977년 스타워즈 1편(에피소드 순서로 따지면 4편)이 나온 지 28년 만이다. ‘시스의 복수’에서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어떻게 해서 악의 화신인 다스 베이더로 변모했는지가 드러난다. 스타워즈라는 거대한 SF 서사시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는 순간을 만끽할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영국의 리들리 스콧 감독은 중세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한 ‘킹덤 오브 헤븐’(5월 4일 개봉)을 내놓았다. ‘글래디에이터’로 ‘샌들 신고 투구 쓴 전사들의 칼싸움’도 흥행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그가 이번에는 ‘반지의 제왕’의 꽃미남 올란도 블룸을 십자군 기사로 만들었다. 성지(聖地) 예루살렘을 놓고 벌이는 십자군 내부의 암투와 모략, 그리고 십자군과 이슬람군의 결투가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과 함께 펼쳐진다.
○ 한국영화는 계속 된다
2000년 ‘사랑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멜로드라마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전을 훌륭히 치른 김대승 감독이 5년 만에 두 번째 작품 ‘혈의 누’(5월 4일 개봉)를 내놓았다. 1808년 조선의 한 섬을 배경으로 한 역사스릴러인 이 작품은 피와 살인, 인간의 악마적 본성이 스크린에 흥건히 배어난다.
TV 드라마 ‘가을동화’와 영화 ‘어린 신부’의 소녀스타 문근영은 박영훈 감독의 ‘댄서의 순정’(4월 28일 개봉)으로 본격 성인 신고를 한다. 성공하기 위해 한국에 온 스무 살 옌볜 처녀가 춤을 통해 삶을 배우고 사랑을 얻는다는 로맨틱 코미디. 문근영의 변신은 성공일까, 미완일까. 그것이 관람 포인트다.
뉴질랜드의 설원에서 눈, 바람,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촬영을 끝낸 송강호, 유지태 주연,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5월 19일 개봉)가 꽁꽁 언 발걸음을 내딛는다. 남극점 정복에 나선 탐험대에 의문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원들이 공포에 휩싸이는 호러물. 보이는 것이라곤 눈과 얼음뿐인 벌판에서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밖에 문소리, 김태우 주연의 멜로드라마 ‘사과’(5월 20일 개봉), 박진희, 연정훈의 사랑이야기 ‘연애술사’(5월 20일 개봉)도 선보인다.
1996년 ‘트레인스포팅’으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대니 보일 감독. 그러나 이어진 기대 이하의 작품들로 의기소침했던 그가 100만 파운드(약 25억 원) 돈벼락을 맞은 9세, 7세 형제의 행복한 고민을 담은 영화 ‘밀리언즈’(5월 5일 개봉)로 돌아왔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매주 로또를 하는 어른들도 꿈꾸는 상황에 맞닥뜨린 꼬마 형제가 벌이는 즐거운 해프닝.
2년 연상의 중학생 누나를 사랑하게 된 초등학생의 연정을 코믹하게 그린, 일본 도가시 신 감독의 ‘미안해’(5월 5일 개봉)가 ‘밀리언즈’와 같은 날 맞붙는다. 또래 친구 중 가장 먼저 몽정을 했기에 어른이 됐다고 자부하는 주인공 소년은 어떻게 중학생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한국영화 ‘몽정기’보다 좀 더 순진하다.
어린이가 볼 수 있는 등급(15세 이상)은 아니지만 선생님이 제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영화 ‘코치 카터’도 같은 날 개봉한다. 학생의 본분은 역시 공부라는 것을 불문율로 삼은 미국의 한 고등학교 농구 코치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 그들의 역경에 동참을…
한때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꼽힌 ‘킨제이 보고서’. 영화 ‘킨제이 보고서’(5월 13일 개봉)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 되던 남성과 여성의 성에 대한 솔직한 보고서를 쓴 킨제이 박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사를 하면서 그가 받은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과 그의 내면적 갈등 등 비하인드 스토리의 전개가 솔직하다.
‘모래와 안개의 집’(4월 28일 개봉)은 호메이니의 혁명으로 고국 이란에서 쫓겨난 육군 대령과 잘못된 세금 부과로 아버지가 물려준 집을 시청에 압류당한 미국 여성이 그 집의 소유권을 두고 겪는 고통의 드라마다. 집(home)이 없는 사람은 외국인이건, 미국인이건 어디 한 곳 편안하게 머물 수 없다는 것을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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