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매일 접하는 지폐의 도안 초상은 그만큼 바꾸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950년 한국은행 설립 이후 발행된 지폐 앞면만 해도 도안 초상은 인물 6종과 건축물 6종 등 모두 12종.
인물은 이승만 전 대통령,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충무공 이순신, 이름 없는 모자(母子)이고 건축물은 1950년 발행된 100원(圓)권의 광화문, 남대문, 독립문, 첨성대, 파고다공원, 총석정 등이다.
지폐의 도안 초상에 얽힌 후문도 많다.
먼저 율곡 이이. 1972년 발행된 초기의 5000원권 초상의 율곡은 지금보다 갸름한 얼굴에 콧대가 오똑하고 눈도 훨씬 컸다. 관을 씌워 놓았을 뿐 우리 선조인지, 서양인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
당시 국내 기술로는 은행권 원판을 만들 수 없어 영국의 한 회사에 제작을 맡겼다. 이 회사가 율곡의 초상을 서구적으로 재현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현재 유통되는 지폐 속 인물의 공통점은 ‘모자를 쓴 이(李)씨’라는 점 외에 초상화가 화폐 중앙에서 오른쪽에 있다는 점이다.
1956년에 만들어진 500환 지폐에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 중앙에 있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어떻게 내 얼굴을 마음대로 접을 수 있느냐”고 역정을 낸 뒤 지폐의 초상화는 모두 한쪽으로 비켜나게 됐다. 우리 지폐의 모델 가운데 가장 자주, 오랜 기간 등장한 인물은 단연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 초상은 2공화국 탄생과 함께 1960년 8월 15일 발행된 1000환권에 등장한 이후 40여 년에 걸쳐 두루 사용된 ‘슈퍼 모델’.
1973년 등장한 1만 원권 앞면의 당초 모델은 세종대왕이 아니라 국보 24호인 석굴암의 본존석가여래좌상이었다. 한은은 1972년 공고 절차까지 마쳤지만 종교계 일각에서 “특정 종교의 상징을 지폐에 쓸 수 있느냐”고 반발하는 바람에 이듬해 ‘무난한’ 세종대왕으로 도안을 교체했다는 후문이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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