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교황 선출회의) 첫날 교황 선출에 실패한 115명의 추기경들은 19일 오전 9시부터 시스티나 성당에 다시 모여 2일차 투표에 들어갔다. 추기경들은 18일 밤 산타 마르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며 차기 교황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지만 ‘비밀 엄수’ 서약에 따라 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흰 연기다”… 잠시 술렁=앞서 18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은 21세기 들어 처음 벌어지는 교황 선출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든 4만여 명의 순례객들로 가득 찼다.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올라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은 18일 오후 8시(한국 시간 19일 오전 3시) 시스티나 성당의 지붕 굴뚝에서 얼핏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하지만 잠시 뒤 연기색깔이 점점 짙어지자 환희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교황청은 혼선을 막기 위해 흰 연기를 올릴 경우 동시에 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관례상 첫 투표에서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종의 탐색전처럼 치러지는 첫 투표에서는 보통 연배가 높거나 존경하는 인물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본격 표대결은 이틀째부터 시작된다.
▽전력·자질 시비 무성=시스티나 성당 내부의 일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가운데 밖에서는 유력 후보자들의 전력과 자질을 놓고 말들이 많다.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독일 나치의 청년조직에 가입했고 BMW 공장 방공포부대에서 근무했던 사실이 부각된 이후 언론들은 유력 후보들의 약점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 예수회 수사 2명의 납치 행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탈리아의 디오니지 테타만치 추기경은 보수주의자인 척할 뿐 실제로는 보수파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교황 선출에 치명적일 수 있는 건강 문제도 불거졌다. 이탈리아 일간 일 마니페스토는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 심각한 두통과 신경성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인도의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진보파의 대표격인 이탈리아의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이 파킨슨병으로 의심되는 경련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진보파들은 주교 임명 때부터 진보파가 철저히 배제되는 현실 때문에 추기경단은 하나같이 교리 해석에 있어 보수적이라며 콘클라베를 ‘그들만의 잔치’로 폄훼했다.
하지만 정작 투표권을 갖고 있는 추기경들은 언론을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은 투표결과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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