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씨는 경기 구리시에서 출발했고, 미국 사는 이경숙 씨는 전날 밤 도착해 여독도 못 푼 채 이곳으로 왔다. 이날 모임은 문우회가 최근 가족을 주제로 펴낸 테마 소설집 ‘촛불 밝힌 식탁’의 출판 기념을 겸해 마련한 것. 우애령 씨가 “당진에 있는 우리 별채에서 하자”고 미끼를 던졌다.
가야금 무형문화재 이수자인 박재희 씨가 가야금 산조를 연주하자 흥에 겨운 이들은 벚꽃나무 아래서 ‘이야기 잔치’를 벌였다. 자연스레 가족 이야기가 테마가 됐다. 이경숙 씨는 전날 밤 공항에 마중 나온 남편과 약속이 맞지 않아 몇 시간 기다린 뒤 다퉜던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다독이며 결국 생각한 게 끝까지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우애령 씨는 “훌륭한 가족은 잘 싸우고 잘 얘기해야 한다”며 “갈등이 안 생기는 것보다는 갈등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흥에 겨워서였을까. 아무리 심각한 가족간 갈등도 이들의 수다 앞에선 여유와 유머로 버무려졌다. 이들의 소설집 ‘촛불 밝힌 식탁’에는, 밤무대 가수이자 동성애자인 엄마와 함께 사는 딸의 이야기인 단편 ‘쇼윈도 패밀리’(유춘강 씨)나 자식들에게 소외당해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전직 시골 초등학교 교장 부부를 그린 타이틀 작품 ‘촛불 밝힌 식탁’(박완서)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서로의 작품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여성 소설가들의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옛날에 가족이란 한솥밥 먹는 사람이었어요. 서로 먹여 살리고, 식탁에서 기다리고, 서로를 책임지는 식구였지요. 그런 관계가 아직도 그리워요.” (박완서)
당진=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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