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칼이나 짐승의 털은 대단히 가늘다. 지금은 ‘나노섬유(nanofiber)’처럼 10억분의 1m 두께라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가늘고 섬세한 섬유가 개발되었지만 그 전에는 이런 털이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장 가는 존재였다. 이로부터 毛에는 ‘털’과 모직물은 물론 대단히 작다는 의미가 담겼다.
먼저 취(솜털 취)는 毛가 셋 모여 털이 여럿 자라나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새나 짐승에게서 돋아나는 ‘솜털’의 뜻이 나왔다.
둘째, 毫(가는 털 호)는 高(높을 고)의 생략된 모습과 毛로 이루어져 ‘높게 자란 털’을 말했고, 키가 큰 털일수록 더 가늘게 보이기 때문에 대단히 작은 물건이나 그런 것을 재는 척도나 단위를 말하게 되었다. 옛 문헌에 의하면 10絲(사)를 1毫, 10毫를 1r(리)라 했다.
또 耗(줄 모)는 원래 소전체에서 禾(벼 화)와 毛로 이루어져 수확한 곡식(禾)이 대단히 적음(毛)을 말했는데 한나라 예서 이후 禾가 (뇌,뢰)(쟁기 뢰)로 바뀌었다. 그것은 쟁기질을 적게 할 때 수확이 감소된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이로부터 ‘줄어들다’는 뜻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消費(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살지만 생산이 부족하던 옛날에는 절약이 미덕이었고 써 없애는 소비는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消耗에는 써서 사라지고(消) 줄어든다(耗)는 경계의 뜻이 담겼다.
셋째, 털로 만든 제품을 뜻하는 경우로 담(담요 담)은 털(毛)로 만들어 따뜻하게(炎·염) 해 주는 이불을, 氈(모전 전)은 털로 짠 모직물을, 모(깃대 장식 모)는 깃대(b·언)에 단 털 장식물을 말한다. 또 s은 筆(붓 필)의 간체자인데, 손에 붓을 든 모습(聿·율)을 붓 봉을 뜻하는 毛로 바꾸어 만든 글자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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