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궁내부에 자석식 전화가 개통되자 순종은 부왕인 고종의 능에 전화를 설치하고 아침저녁으로 전화로 곡을 올렸다. 엄격한 유교 윤리가 지배했던 시절이었지만 새로운 통신 방법은 왕실의 문화마저 바꿔버렸다.
정보통신부가 4월 22일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내놓은 ‘정보통신의 어제와 오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근대적 통신은 1885년 9월 28일 한성전보총국이 개설되면서 시작됐다. 서울∼인천을 시작으로 1891년 서울∼원산 간 전신이 개통되면서 전국 전신망이 완성됐다.
전화는 1895년 들어왔다. 당시 전화를 ‘덕률풍(德律風)’이나 ‘득률풍(得律風)’이라고 불렀는데 ‘텔레폰(telephone)’의 음을 딴 것. ‘말을 전하는 기계’라는 뜻으로 ‘전어기(傳語機)’라고도 했다.
민간에 처음 전화가 보급된 것은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화가 개통된 1902년. 한성전화소에 등록한 최초의 전화 가입자는 13명이었다. 누구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고위 관리나 관청으로 추정된다.
전화는 198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보급됐다. 1987년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1가구 1전화 시대’가 열렸다. 1984년 처음 선보인 이동전화는 가입자가 3600만 명을 넘어섰다.
‘정보통신의 날’은 고종 21년(1884년) 4월 22일 국왕 칙명으로 우정총국이 개설된 날을 기념한 것. 1956년 ‘체신의 날’로 제정됐다가 1994년 체신부가 정통부로 개편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정통부는 22일 ‘제50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을 열고 정보통신 발전에 이바지한 53명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한다. 이용경(李容璟) KT 사장이 금탑산업훈장, 구영보(具永甫) 전 우정사업본부장과 곽수일(郭秀一) 서울대 교수가 황조근정훈장, 형태근(邢泰根)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이 홍조근정훈장을 받는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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