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남한과 일본에 소장된 고구려 유물들까지 포함한 종합적 고구려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의 국립박물관 및 대학박물관 등 15개 기관과 일본의 국립도쿄박물관 도쿄대박물관 교토대박물관 등 6개 기관에 있던 고구려 유물들까지 한데 모은 최초의 전시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발원문으로 추정되는 명문(銘文) 금동판 등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북한의 국보들은 고구려사의 ‘잃어버린 부분’을 복원하는 데도 중요한 학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번 북한의 고구려 유물 대여는 남북 역사학자들의 역사 공동연구 노력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간 학술교류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측과의 대여 협상 통로역할을 한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지난해 2월 남북 역사학자들이 일제가 약탈해 간 문화재 반환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후 남측 학자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북측에 제안했고, 9월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공동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4, 5세기 금동관 평양 청암리 토성에서 나온 4, 5세기경의 불꽃뚫음무늬 금동관. 띠모양의 테두리 윗줄에는 인동무늬를, 아랫줄에는 구슬무늬를 새겼고 그 사이에 7개의 나뭇잎 장식을 넣었다(오른쪽). 자료 출처 조선유적유물도감 |
그러나 유물 대여 협상 과정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이 유물 대여에 미온적 자세를 보인 것. 하지만 올해 초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양(瀋陽) 등에서 남북이 접촉을 가진 뒤 이달 5, 6일 개성에서 다시 만나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뤄 냈다.
다만 북측은 ‘최초의 육로를 통한 유물 이동’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워하며 조용한 방식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개성이 아닌 금강산을 유물 인계 장소로 정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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